서양화 편안하게 보기

서양화 자신 있게 보기 1 - 알찬 이론에서 행복한 감상까지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3년 3월

난이도 : 고등학생 이상이면 무난함.
흥 미 :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차분하고 흥미롭게 진행하고 있다.
대 상 : 고등학생 이상
추 천 :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싶은 감상 초보자.

나의 경우 예술 중에서 가장 접근하기 힘든 것이 미술이었다.
시나 음악, 문학 등을 통해 감동을 받은 적은 있지만 미술품을 보면서 감동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아주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와, 이게 사진이야 그림이야' 하면서 신기해 한 적이 있을 뿐 미술품의 아름다움이 내 마음을 움직였던 적은 없었다.

이 책은 나처럼 미술이라면 "흠흠. 미술, 좋은 거지... 근데 나는 아무런 감흥이 없더라 -_-;" 하는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미술 감상을 바르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만 내용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식의 서술이 아니다. 그보다는 친절한 안내자가 초보 감상자에게 하나 하나 설명해 주는 것 처럼 친근하게 말해 준다. 때로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때로는 감성에 호소하면서...

2권에서는 미술사적으로 접근을 하고 이 책인 1권에서는 장르별로 접근을 한다.
설명이 이론적이거나 딱딱한 정리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작품을 통해서 하나 하나 뜯어보면서 자연스럽게 각 장르를 이해하게끔 하는 방식이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서양화를 자신있게 보진 못한다 하더라도 편안하게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 작품을 보면서 이전처럼 뭔가 심오한 진리를 발견해야 하고, 고귀한 예술혼을 느껴야 하고, 숨겨져 있는 그 어떤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미술에 대해 알고는 싶지만 애매하고 난해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접근하기를 포기했던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하지만 뭔가 거창한 것을 얻고 싶은 사람이거나 학습에 도움을 바라는 사람에겐 비추! 그런 용도의 책이 아니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드라마

수학 올림피아드의 천재들
스티븐 올슨 지음, 이은경 옮김 / 자음과모음 / 2005년 11월

난이도 : 가끔 나오는 수학 문제 외에는 6학년 정도면 이해가능
흥 미 : 흥미진진하다. 단숨에 읽어버렸다
번 역 : 상당히 매끄러워서 우리말 책처럼 읽기 쉽다.
추 천 : 중학생 이상, 수학에 관심 있으면 더욱 좋고 없어도 관계없음

다움이를 위해서 산 책인데 어른이 봐도 충분히 재미있다. 뛰어난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거기에 배후에 얽혀지는 몇가지 음모들과 정의를 추구하는 뜻있는 사람들의 열정 등등 재미있을 수 있는 요소들은 충분히 다 갖추었다.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티앙카이라는 꼬마 수학천재가 수학올림피아드에 참석해서 수상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몇가지 시련들과 어른들의 음모가 얽히고 아이들간의 따뜻한 우정이 버무려지고 이를 지지하고 지켜주려는 뜻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어우려져 한편의 동화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책을 통해 수학의 매력을 발견하고 더욱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친구들의 따뜻한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아이들에게 훨씬 소중한 것이다.

ps. 소설 중에 데이비드 라는 한국인 학생이 나오는데 아주 매력적인 학생이어서 더욱 재밌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거장의 숨결이 느껴지는...

사랑과 죽음의 교향곡 - 브루노 발터가 만난 구스타프 말러
브루노 발터 지음, 김병화 옮김 / 마티 / 2005년 5월

난이도 : 가끔 음악적인 전문용어가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어려운 점은 없다.
흥 미 : 흥미진진한 책은 아니다. 잔잔하고 약간은 템포가 느린 책이다
번 역 : 상당히 깔끔하게 잘 번역되어 있다. 이런 번역자를 보면 상주고 싶다.
추 천 : 고등학생 이상, 음악을 즐기는 사람

브루노 발터가 얘기하는 위대한 음악가 말러의 이야기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기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발터와 말러의 교류기, 혹은 비약하자면 발터가 말러에게 바치는 사랑고백기이다.

바로 옆에서 주욱 지켜본 내용을 애정을 갖고 기술하였기 때문에 책은 시종 일관 말러를 향한 발터의 따뜻한 애정이 녹아있다. 말러라는 거장이 가진 비범함, 예리함, 뜨거운 열정, 한편으론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가감없이 서술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말러라는 이미 오래전의 사람의 숨결이 느껴질만큼 생생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말러라는 사람이 가진 매력도 매력이지만 두 사람의 우정이 너무도 따뜻하다는 점이다. 뛰어난 두 사람이 서로를 애정으로 바라보면서 한평생을 같이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것이며 그런 우정은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가에 대해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게 한다.

위대한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우정에 감동하고 싶다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한번 느껴보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추천하는 바이다.

ps.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경우는 아무래도 쉽게 읽히진 않을 것 같다.

문제제기는 신선하다

쾌도난마 한국경제 -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
장하준 외 지음, 이종태 엮음 / 부키 / 2005년 7월

난이도 : 말이나 용어가 어렵진 않지만 주제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고등학생 이하에겐 어려울 듯
흥 미 : 경제 관련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대담 형식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장 점 : 어렵고 딱딱한 주제를 쉽게 풀어쓰고 있다.
추 천 : 경제, 혹은 한국 사회 변화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 이상

익히 명성을 들었지만 웬지 어려울 것 같아 읽을 생각이 좀체로 들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가는 커뮤니티에 장하준교수를 거의 숭배의 수준으로 모시는 사람이 자꾸 장하준교수 이야기를 하길래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싶어서 결국 주문했다.

일단 생각보다 쉬워서 좋았다. [경제]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 골치아픔, 잘 모르겠음 등의 고정관념에 얽매일 필요없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편집 자체가 행간이 많이 띄어져 있어서 쉽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아마 페이지당 글자수가 다른 책의 2/3 정도 밖에 안될 것이다)

전체적인 문제제기는 신선하다. 한국사회에선 여태까지 듣기 힘든 이야기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한 도덕주의, 어떻게 보면 재벌 옹호로 비칠 수 있는 논리들을 일관성을 갖고 꾸준히 문제제기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신자유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시장의 원리의 허구를 지적하는 점에 대해서는 통쾌함을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지나치게 반대편으로 치달려 간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나온 것처럼 박정희식 관치경제가 그 시기에 갖는 유효성도 있겠지만 분명히 그로 인해 생겨난 폐해들이 존재하고 후발 경제국에서 재벌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측면 역시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 박정희식 경제개발의 장점만을 얘기하고, 재벌의 유의미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박정희식 개발과 맑스주의자를 연관지으려 하고, 박정희가 시바스리갈만 마셨다는 얘기를 할 때는 과연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하는 의문을 지우기 힘들었다.

이런 저런 의문은 뒤로 하고 어쨌거나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지 않았던 약간은 새로운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신자유주의를 향해 미친듯이 돌진해 가는 지금 이 시기에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하지만 약간은 아쉬운 책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난이도 : 고등학생 이상이라야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흥 미 : 어려운 내용이지만 쉽고 재미있게 썼다.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장 점 : 상당히 어려운 내용을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쉽게 다가가고 있다.
추 천 : 과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적인 고등학생 이상

쉽지 않은 과학 이론들을 쉽게 다가가고자 애썼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소재를 정하는데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쉽게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들을 골라서 과학 이론들을 동원해 설명을 해 간다. 설명하는 와중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전문용어가 난무하고 난해한 공식들이 왔다갔다 하는 적은 없어서 난해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설정한 주제 자체가 1+1=? 하는 식의 산술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현상 속에 숨겨져있는 법칙들을 찾아내는 것이라서 저자의 설명을 들을 때는 이해가 다 된 것 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책을 덮고나면 '응? 근데 그게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런 안타까움 속에서도 과학, 그것도 현대의 물리학의 성과를 일상생활의 문제와 결부시켜 쉽게 이해하게 함으로써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고, 미미하나마 현대 과학이 어떤 것을 주제로 다루고 있나 하는 점을 엿보게 한다는 것은 이 책이 갖는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나면 뭔가 알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은, 뭔지 모를 허전함이 남았다. 주제를 조금 줄이거나 페이지를 늘리더라도 조금 더 깊이 다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책의 컨셉 자체가 일반인에게 쉽게 다가가는 과학이라는 점으로 보면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으로 남겨두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 고민하지 않으면서 호기심을 채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별은 3개 반을 주고 싶은데 반이 없어서 3개를 줄까 4개를 줄까 망설이다가 3개를 준다. 하지만 저자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알라딘은 별 반개도 선택할 수 있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