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 표류기 1218 보물창고 19
헨드릭 하멜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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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하멜이라는 사람이 풍랑으로 인해서 1653년에 제주도에 표류하게 되었다고, 몇 년후에 네덜란드로 돌아갔다는 게 나의 하멜에 대한 기억 전부다. 교과서에 1페이지 불량도 안 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사실 방대한 한국사 내용에서 하멜이라는 사람이 조선에 왔다 갔다는 것은 '서양에 조선이라는 나라를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이었다. 벨테브레처럼 조선에 뿌리를 내리고, 조선에 무기기술에 기여를 한 사람은 중요하게 다루고, 하멜처럼 자기 나라도 돌아간 사람은 이방인 취급하는 것이 역사책의 흐름이니깐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0년이 넘은 지금 하멜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멜표류기'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사실 하멜이라는 사람이 네덜란드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내가 아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선교사인지, 군인인지, 장사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조선에 왔다가 어떻게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는지도 몰랐다. 그냥 그가 조선에 머물렀던 동안 기록이 유럽에 조선을 알린 유명한 기록이 되었다는 것 정도 밖에는 몰랐다.

책을 읽고 나서, 하멜이라는 한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었다. 네덜란드에서 동인도회사에 취직한 한 회계사 하멜. 돈을 벌기위해서 인도네시아를 지나, 타이완을 거쳐 일본을 향해 가던 그와 동료들은 풍랑으로 인해 제주에 가게 된다. 그리고 13년 동안 조선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리고 13년 후에 조선을 탈출하여 본래 목적지인 일본의 나가사키에 도착하게 되고, 거기에서 부터 그의 조선에 대한 기록은 정리된다.

사실 효종, 현종 때의 역사적인 기록들은 병자호란을 일으킨 청나라에 대한 증오와 양반들의 당파싸움 그리고 지독하게 계속된 전염병과 가뭄에 대한 아픔으로 가득하다. 놀랍게도 그 기록이 하멜의 기록과 일치한다. 하멜일행은 조선에 원치 않게 왔다가, 원치 않게 억류당하게 된다. 조선은 그들을 통해서 선진기술을 끌어내고자 했지만, 이들은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조선에 머무를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조선은 이들을 쉽게 보내주지 않았다. 조선에서 머무르면서 농사도 짓고, 구걸도 하고, 때론 좋은 관리를 만나서 여유롭게 보내기도 한다.

나쁜 관리를 만나면 백성과 한 마음이 되어서 그를 증오하였고, 좋은 관리가 고을을 떠나게 되면 백성과 함께 아쉬워하기도 했다. 13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긴 시간이다. 그간 그가 조선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탈출을 위해서 작은 배를 타고 일본까지 갔던 것도 용감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조선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선의 풍속과 지리 등 여러가지 정보를 담아 놓아서 좋은 자료가 되었다. 어쩌면 이러한 정보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이들이 계속 억류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은 외부에 알려지기 싫어했으니깐 말이다.

한국 사람의 시선이 아닌 17세기 네덜란드 사람의 시선으로 본 이 책의 시선이 신선하다. 그리고 한국인들에 대해서 증오의 감정이 많이 있을 법도 한데,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고자 한 것이 대단하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꿈꾸면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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