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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 법정이 우리의 가슴에 새긴 글씨
법정 지음, 현장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1월
평점 :
법정스님의 '무소유', '오두막 편지'를 읽으면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2010년에 우리 곁을 떠나시고 나서 한동안 법정스님에 대해서 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법정스님께서 생전에 기록들이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스님께서 생전에 하셨던 명동성당 강론 내용과 법정스님의 종교교류활동 흔적들, 그리고 애송하셨던 시, 편지를 묶어서 책으로 만나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특히 명동성당에서 하셨던 강론은 당시에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아서 잊혀질뻔 했는데, 이해인수녀님이 음성CD를 가지고 계셔서 이렇게 책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스님이 성당에서 강론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나처럼 관습에 찌들어 있는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승복을 입은 사람이 성당에 출입하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일 테니까 말이다. 내가 그 자리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책을 통해서 전해지는 스님의 메세지는 오히려 덤덤했다.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종교를 비난하지도 않았다. 스님이 명상을 통해서 깨달은 것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강론에 담겨있었다.
스님이 떠난 지 7년이나 되었다. 가진 것이 없던 가난한 청년시절에는 그분의 가르침을 평생 실천하겠노라고 다짐했었다. 삶에서 꼭 필요한 것들 외에는 욕심부리지 말고 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물질을 소유하고자 노력했고, 심지어 그것들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 시절에 정말 필요한 것이 정신적인 풍요인것 같다. 내 삶을 채우고 있던 물질 중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내야 한다. 그러면 그 빈 자리에 정신적인 풍요가 찾아올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깨달음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저자는 지금 시대에 법정스님과 같은 큰 어른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사람들이 법정스님의 깨달음을 더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실천했다면 사람들은 더 행복했을 것 같다.
청빈한 삶을 자신의 인생을 통해 실천하신 법정스님이 그립다. 지금 자신의 삶이 물질적인 욕망들에 의해 지쳐있다면, 이 책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책 속에는 스님이 직접 썼던 필체가 사진으로 담겨있다. 스님은 붓장난이라고 말했지만, 스님의 글씨체와 글내용을 보면서 스님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사셨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