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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
박동규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전쟁 이전에 태어난 세대인 할아버지가 들려주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가 생각났다.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날이면 개울에서 벌거벗고 뛰어 놀았던 이야기, 먹을 게 없어서 남의 밭의 수박을 서리하던 이야기를 들었던 일이 생각났다. 이 책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읽고 있노라면 옛 이야기를 듣는 듯한 편안한 느낌이 난다.
이 책은 박목월 시인의 아들이면서 국문학 박사인 박동규 교수의 자서전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린 시절 회상록이다. 지금의 세태를 비난하려고 쓴 글은 아니다. 그냥 생활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옛 기억들을 담아둔 책이다.
책의 내용에는 옛날에 인정이 넘치던 시절의 감동이 담겨있다. 자신을 위해서 무명한복을 만들어 주신 옆집 아주머니 이야기, 카라멜을 훔치다가 걸렸던 아이들에게 카라멜을 나눠주던 아저씨의 이야기를 읽으면, 참 그 시절 인정이 넘쳤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느껴졌다. 특히 양말에 전구를 넣고 깁던 어머니를 회상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어머니에 대한 자식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다. 나 또한 그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기에 읽으면서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인 박목월 시인과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구두를 받고 싶었지만, 다섯 형제에게 원하는 것을 다 사 줄만큼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었기에 '털장갑'이라고 해놓고서 엉엉 울었던 기억은 왠지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은 원하는 것은 언제든지 쇼핑을 가서 살 수 있는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는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 삶을 살았던 세대들이 대체로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시절의 먹고 사는 문제로 힘들었지만, 정이 넘쳤기에 살아갈 수 있었던 우리 부모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