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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가 궁금해요 - 아기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육아 실험 50가지
숀 갤러거 지음, 장정인 옮김, 이지연 감수 / 처음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아기가 생기고 나서 처음 느낀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아이는 하루 종일 자신의 감정을 울음으로 표현하는데 내가 그때마다 울음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빨리 울음을 그치게 못했다는 점이 미안했다. 그래서 아이를 좀 더 이해하고자 육아관련 책을 읽었다. 그런데 육아관련 책은 실용서 이다가 보니깐 몇 권 읽어보니 내용이 대부분 비슷했다.
아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면서, 독특한 시각에서 쓴 아이관련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우리 아기가 궁금해요'를 읽게 되었다.
책 제목만 보면 육아와 관련된 책 같지만, 이 책은 육아실용서는 아니다. 오히려 아이와 관련된 실험보고서라고 생각하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 책에는 50가지의 아기와 관련된 실험이 담겨있다.
실험이라고 하니까, 과학실에서 실험용 쥐를 상대로 하는 약물실험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보이는 신체의 변화를 연구한 학자들의 연구과정을 담아 놓은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나온 실험과 내가 겪은 육아경험이 일치하는 것이 있었다. 아이가 손과 발 중에서 발을 손보다 많이 사용하는 경험이다. 아이를 바운서에 올려놓고서 크리스마스트리에 걸린 장식용 방울에 손과 발을 가져다 놓으면, 아이는 손보다는 발로 방울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방울을 차기도 하고 두발로 방울을 잡으려고도 하였다. 나는 아이가 축구선수가 되려고 저러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발을 잘 쓴다고 운동신경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아이가 신체발달 속도상 골반쪽 근육이 운동범위가 좁아서 더 움직이기가 쉽고, 팔은 어깨근육의 운동범위가 넓기 때문에 아이가 사용하는데 미숙하다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즉, 손과 발을 동시에 쓸 수 있는 환경에 있으면 아이는 발을 먼저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나처럼 육아를 하면서 생긴 오해들을 과학적인 실험과정과 결과제시로 풀어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하지만 너무 과학서적을 읽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평소에 실험보고서와 같은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실험과 관련된 글에 흥미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그냥 과학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책은 50번의 실험을 제시하면서 끝에 '우리 아이는'이라는 소제목으로 글을 적어 놓았다. 이 책을 읽고서 엉뚱한 행동을 하는 철없는 부모를 위한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이를 키울 때 잘 키우기 위한 조언을 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책을 읽은 전체적인 느낌은 육아를 힘들고 피하고만 싶은 것으로 보지 않고, 아이의 성장기를 긴 실험의 과정으로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의 신체적 성장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변화들을 잘 읽어내는데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꼭 한번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