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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ㅣ Art & Classic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설찌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평점 :

직장동료가 자신의 인생의 책이 '빨간 머리 앤'이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어릴 적 만화영화로 보았던 머리가 빨간 시골소녀 이야기가 뭐가 그리 감동적일지 의문이 있었다. 게다가 책이 나온 지 100년도 넘어서 요즘 감성이랑 안 맞을 거 같았다.
그런데 막상 이 책을 읽고서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사실 빨간머리앤이 입양되는 과정부터 흥미진진했다. 누군가의 실수로 잘못 오게 된 빨간머리앤이 자신의 부정적인 상황을 상상력으로 긍정적으로 바꾸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매력은 빨간머리앤이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공간으로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여 삶의 기쁨을 누린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상상력은 때론 긍정적이지는 않다. 멀쩡하던 집 앞의 숲을 '유령의 숲'이라고 생각해서, 심부름을 가기 싫다고 떼를 쓰다가 억지로 가게 되면서 공포에 덜덜 떨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지도 않은 잘못을 상상으로 만들어내서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그냥 한대의 상상력은 그녀의 개성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책은 가볍게 읽을 분량은 아니다. 550페이지 정도나 되는 분량의 두꺼운 책이라서 하루에 다 읽기는 힘들다. 하지만 읽는 게 힘들지는 않다. 십대 소녀의 입장에서 본 세상을 쓴 글이라서, 십대이상의 배경지식이 있다면 금방 이해하고 읽을 수 있다. 다만 책에 나오는 프린스에드워드라는 캐나다의 장소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다면 더 이해하기 좋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구글로 프린스에드워드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정말 책 속의 묘사처러 그곳은 전원적인 시골마을 이었다. 심지어 거기에는 '빨간머리 앤'을 기념하는 관광지까지 조성되어 있었다. '빨간머리 앤'의 팬이라면 나중에 캐나다 방문했을 때, 한번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책 속에 나온 삽화가 책을 읽는 동안 간간히 등장하여 책을 읽고 상상하는 것을 돕는다. 동화속의 이야기처럼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경을 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이다.
나처럼 유년시절에 '빨간 머리 앤'을 만화영화로 보았던 사람들이 읽다다는, 이 책은 잊었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앤과 비슷한 또래의 십대들이 읽어도, 부모님 또래의 어른들의 감성을 한번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오랜만에 옛 추억에 빠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