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 한 신학자의 영성 고전 읽기 한 신학자의 고전 읽기 2
김기현 지음 / 죠이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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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시절 동기 가운데 한 친구가 고전을 읽어야 한다며 고전을 손에 들고 다닌 적이 있었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충 고전을 알아야 현대를 알 수 있다는 말도 보탰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표정은 덤이었다. 한창 미묘한 경쟁심을 갖고 있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질 새라 고전 시리즈를 사 모았다. 제대로 읽지 않고 말 그대로 사 모았다. 그렇게 고전은 읽어야 하는 줄은 알았지만 잘 읽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안 읽었다.


이번에 출간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는 서론과 결론에도 책을 소개하고 있기에 영성 고전 22권이 나온다. 서재에 꽂혀 있는 책을 헤아려보니 7권이다. 인문 고전을 소개한 전작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에 나오는 책 중에 가지고 있는 책은 고작 2권이었으니 이번에는 나름 선방했다. 하지만 제대로 읽은 책은 엔도 슈카큐의 <침묵> 정도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드문드문 펼쳐보았으니 솔직히 안 읽었다고 말하는 게 맞다. 자수하여 광명 찾는 게 순리인 것 같다.


고전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왜 이리 게을렀을까? 굳이 이유를 찾자면 고전을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핑계다. 읽고 찾고 연구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을 게다. 그럼에도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와 같은 책이 진작에 나왔으면 조금 더 쉽게 고전을 가까이 할 수 있었으리라. 하여 이번 책이 더없이 반갑다. 고전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 이미 서재에 있는 책부터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일어난다.


솔직히 담임 목회를 시작하면서 하루살이가 아닌 한 주살이가 된 것 같아 괴롭다. 당장에 설교에 써먹을 수 있는 독서 외에는 다른 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 맞다. 이것도 핑계다. 시간을 내려고 하면 얼마든지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설교와 중간에 끼어들어 오는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마음이 초급하다. 그러니 이렇게 하면 길게 사역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급한 일 처리하기에 급급하다.


이런 측면에서 본서는 내게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첫째는 달콤함이다. 한 번에 다 읽으려고 하지 말고 일단은 핵심을 파악하고 찬찬히 읽어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저자의 문체가 늘 그렇듯 단문으로 뚝뚝 던지는 말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또 하나는 매서움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더 이상 핑계 말고 이 정도는 읽어야 목사로서 다른 영혼을 이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다그친다. 저자가 그리 말했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그리 느꼈다는 말이다.


사순절 기간이다. 이것을 염두하고 책 제목을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라고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시기적절하다. 어디 예수님만이 뿐인가? 많은 영적 거장이 자신의 글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그들을 통해 성육신하신 주님을 더 다양하게 묵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길잡이 역할을 김기현 목사가 또다시 성공적으로 해 냈다. 그러니 이 책으로 영성의 샘을 길어보자. 먼저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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