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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미국, 나쁜 미국, 멍청한 미국
빌 오릴리 지음, 손희승 옮김 / 서울문화사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한 사회는 양지와 함께 음지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함께 바라보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한 쪽 면만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빌 오릴리 역시 언론인으로서 보다 객관적이고 보다 정확한 사실을 가지고,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피력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 듯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자신의 개인적 견해를 어린 아이가 떼쓰듯 합리화하려고 노력하는 그런 억지스러움이다.
빌 오릴리는 흔히 '미국' 이라고 했을 때, 혹은 '미국인'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그런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 하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에 약간은 엄한 집안에서 자라 계속 그 영향권 아래서 살아가는 사람. 그렇지만, 그 역시 자신의 가치관이 수 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가치관 중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이 절대 선이며 그것을 모두들 좇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금은 고집스럽고, 독불장군같은 이야기를, 언론인이라는 외피를 빌려, 그리고 자신은 결코 상류 계급의 백인이 아니라는 여러 가지 근거를 대 가면서 주장하지만 내게는 그다지 호소력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강준만 교수가 생각났는데, 그나마 강준만 교수가 양반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강교수의 경우 개인의 가치관까지 억지스럽게 남을 설득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미국 사회 전반에 대한 빌 오릴리의 신랄한 비판은 제 3세계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대리 만족과 같은 통쾌함을 안겨준다.
사서 읽기에는 좀 책값이 아깝고, 빌려 읽을 수 있다면 쉽게 읽어 볼 만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