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혹은 시작
우타노 쇼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몇 년전이었을까? 평범한 미국 교포가 재학 중이던 대학 교내에서 총기를 난사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건 후에는 언제나 그렇듯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하고 조용한 학생이었다는 증언이 뒤따랐다.
가족관계는 양친과 누나...
크게 문제가 없는 이민가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가장 납득하지 못한 것은 그 가족이었다.
사생활이 상당히 잘 보장되는 미국인 듯...그 가족의 사진이나 육성을 들은 적은 없다.
내가 기억하는 그 가족의 마지막 흔적은 희생자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한 사죄의 기도.
그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이라도 그 가족은 사생활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비슷한 영화가 있었다.
틸다 스윈튼 주연의 케빈에 대하여...
악마와 같은 심장을 가진 아들이 자신의 가족을 대상으로 형언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그 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어머니의 끔찍한 일상을 다룬 영화
아들은 죄를 뉘우치지도 안타까워하지도 않는다.
그런 아들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채 망가져 버린 어머니의 괴로움을 배가 시키는 것은 바로 아들이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
이해라도 할 수 있다면...납득이라도 할 수 있다면...이 괴로움의 수렁해서 벗어날 수 있으련만...

세상의 끝 혹은 시작의 화자 또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초등학교 6학년생 아이를 둔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우연한 기회에 아들이 끔찍한 범죄의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품게 되나. 의혹은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는 증거에 의해 확신으로 굳어지고 이 평범한 가장은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었던 태산같은 삶의 무게를 짊어지게 된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뉘우침의 기색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들에 대한 원망, 증오, 분노 그리고 이어지는 도피 자기합리화 자기보호...이 수많은 감정들이 뒤엉켜 어떻게든 최악의 미래를 막아보고자 머리를 굴려보지만 상상의 끝은 언제나 바닥이 보이지 않는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이 불행을 막을 수는 없다...
이 미래는 너무나 명확하며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소설은 어쩌면 불행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불시에 찾아들며 미약한 인간이 그것을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그 모든 상상을 통해서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엉키고 엉킨 인간과 인간의 관계망, 인간과 사물의 실타래, 스스로 그것을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듯, 그것은 찰나의 착각에 지내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세상에 내던져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강해지는 것뿐이다.
불행으로 불행으로 받아들이고 무너지지 않으며 패닉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강함...의연함...

젠장...난 그런 걸 가지고 있나.

난 불행을 직시할 수 있는 의연함을 가지고 있나?
그러한 강함을 기르고 있나...

과연 나는???
나는...

이 소설은 끊임없이 나라면? 나라면? 이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한다.
나라면 막장 인생 초입에서 최악의 미래를 상상하면서도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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