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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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인가?
서울역 역사안의 푸드코트에 잠깐 들렀다. 사람이 많았고 열차시간은 거의 다되었는데 점심도 저녁도 굶은 상태라 무척 허기졌다. 일행이 있어 음식을 두 개 시켜야 했지만 두 개 나오는 시간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십분을 기다리고 보니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어서 먹고 차를 타야하는데 음식을 주는 아주머니가 숟가락을 하나만 주시는 거다. 일행이 있어서 그러니 죄송한데 하나만 더 주시면 안되냐고 했더니 젓가락으로 대강 먹으라고. 젓가락으로 국물을 어떻게 먹냐고 하나 더 주시면 안되냐니까 귀찮듯이 숟가락을 던지며 빨리 가져가버리가고...

당황해서 더 또렷히 기억난다.
˝빨리 가져가!˝

음...어느 쪽이 더 문제인가를 따져보면 푸드코트라도 일인당 하나씩 음식을 시키는 게 맞을 것 같으니 내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인가 싶기는 하지만 왜 저렇게까지 반응하시는지.원칙을 설명하고 안된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내고 음식을 사먹는 손님에게 빨리 가져가버리라니....이렇게 말하고 나면 말하는 당사자는 기분이 좋은가? 두 명 중 하나는 공짜손님이니 대우할 필요가 없다는 건가?

아무튼 원인 제공을 한 건 나이기도 하니 억울한 기분이 들어도 참기로 했다. 내가 불쾌하니 아무상관도 없는 당신도 불쾌해야 한다는 듯 구는 사람들도 많고 적어도 이 일은 나도 원인을 제공한 셈이니.

서로가 서로를 할퀴고 자신의 짜증과 분노를 발산하고 어느 새 그런 사회가 되어버렸다. 낯선 사람에게 존칭을 하고 부딪히면 사과를 하고 이런 당연한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일단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부터가 험악하다. 다들 화난 사람들 같고 무언가에 쫓기는 것같다.

솔직히 여기가 지옥인가 싶다.

나미야 잡화점은 작년부터 베스트셀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꽤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코의 최신작이었다. 중국에 출장가면 반드시 서점에 들러 베스트셀러가 무엇인지 살펴보는데 말이다. 중국에서도 나미야 잡화점이 인기더라. 책판매 1위에 랭크.

한국에서 인기있다고 할 때야 그러려니 했는데 중국에서도 인기있다고 하니 약간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소설은 나미야 잡화점에 날아든 고민 편지에범죄를 저지르고 우연찮게 잡화점에 숨어든 세 청년이 답장을 보내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잡화점을 둘러싼 시간을 초월한 이야기가 전개되며 누군가의 사소한, 혹은 인생을 건 배려와 희생이 수 많은 타인들에게 구원이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나미야 잡화점은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조금만 시야를 넓혀 보면 자신은 누군가의 구원이 될 수 있다고, 그렇게 삶의 의미는 찾아지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상한 일에 휘말리고 귀찮아지고 곤란해지기 싫어서 몸을 사리고 이기적이 된다. 남에게 친절한 것은 왠지 손해를 보는 것 같다. 한 번 친절하게 굴면 계속 그럴지 모르니 처음부터 아예 받아주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되나?
그렇게 살아도 되나?

모두 서로에게 불친절하면서도 나미야 잡화점같은 책이 인기를 끄는 건, 역시 외롭기 때문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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