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부터 중국 SF소설의 약진에 대한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류츠신의 삼체가 휴고상을 받은 것은 나로서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아마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에서 상을 받은 것 만큼의 충격이었다.
그리고 바로 삼체를 찾아 읽어 보았는데 중국적 상황과 SF의 상상력을 함께 결합한 흥미로운 성과물이었다.
마치 60년대 SF가 미소냉전을 주요 배경으로 하는 것처럼 문화대혁명 기간의 과학에 대한 경시와 비이성적 군중운동이 주인공의 ˝다죽여버려!˝ 심리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중국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그러다가 또 잊고 지냈는데 작년인가 하오징팡이라는 소설가가 류츠신에 이어서 휴고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연속 2년 수상이라 뭔가 신기하기도 했고 내가 그 소식을 미처 알지 못했기에 좀 놀랍기도 했다.
당시에는 다른 책을 읽고 있어서 계속 미뤄두고 있다가 지난 주에 한 번 읽어 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하오징팡의 소설은 류츠신과는 조금 다른 결로 흥미로웠다.

하오징팡의 소설에서는 인간의 감성적인 면과 혼란함, 복잡함이 더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휴고상을 수상했다는 <접는 도시>의 상상력은 혀를 내두르게 하였다. 인간의 노동력 수요가 줄어 들면서 쓸모없는 인간의 노동력은 긴 시간 수면하게 만든다는 생각은 너무나 신박해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계급과 신분은 문학을 구성하는 흥미로운 요소인데 이를 공간 세계의 굴절과 연결시킨 작가의 상상력은 까무러칠 정도의 신기한 상상력이 난무하는 SF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인간 세계에서 공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터라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의 도시>와 <화려한 한가운데>는 ‘강철족‘이라는 외계인이 침공한 이후의 지구를 다루고 있는데 이 강철족은 신기하게도 음악과 과학을 보호하고 장려하며 이러한 장기와 특기를 가진 지구인은 보호하고 정치적, 군사적 저항만을 무력화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세상이 다분히 현재 중국을 상기시킨다는 점을 굳이 반복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하오징팡이 이 소설은 여러모로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떠올리게 만든다.
<우주극장>과 <고독학 병실은>은 가상세계, <마지막 남은 용감한 사람>은 클론 복제와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의 미래상을 <삶과 죽음>은 사후의 세계, <아방궁>은 미지의 존재에 대한 상상을, <곡신의 비상>은 우주개발을, <선상요양원>은 과학자의 우울한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하오징팡은 SF의 다채로운 소재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물리학 석사학위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력 때문인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지식을 풍부하게 소지하고 있다는 점도 작가가 SF세계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무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오징팡은 훌륭한 자질을 타고난 작가가 좋은 환경에서 풍부한 지적 체험을 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선례같다.

요즘 중국문화계의 암담한 현실을 보면 인류의 미래를 긍정하기 어려워지는데 하오징팡같은 작가를 보면 저 나라가 또 그렇게 끝간 데 없이 흑화되겠냐...싶은 암울함에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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