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양장)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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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먼저 섭렵한 이후에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들어가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성향 때문에 그 유명한 테드 창의 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 비해 꽤 늦게 읽은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소설이 먼저고 그 다음이 영화였겠지만 나한테는 재미있게 본 영화 컨택트의 원작 소설의 작가라는 식으로 접하게 되었으니 그 유명세에 비하면 정보도 많이 부족했던 편이다.
바로 직전에 읽었던 소설이 코니 윌리스의 소설이었기 때문인지 소설의 전개 방식이나 서술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다. 코니 윌리스가 수다와 잡담이 어지럽게 이어지는 화법을 가지고 있다면 테드 창은 보다 진중한 방식으로 보다 전통적인 방식의 화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매우 지적이다. 소설을 읽다 이해가 안되는 일도 오랜만에 다시 겪었다.
‘이해’의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일흔두 글자’에서 두 방법이 결합하는 원리도 잘 모르겠다. SF가 지성을 자극하는 장르라는 것을 오랜만에 경험했달까?
그에 비해 ‘컨택트’의 원작인 ‘네 인생의 이야기’, ‘영으로 나누면’은 지성과 감성을 혼용하여 상대적으로 술술 읽었다.
‘바빌론의 탑’과 ‘지혹은 신의 부재’는 종교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력이 돋보인다.
‘인류 과학의 진화’와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다큐멘터리’는 과학적 진보와 인간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모든 이야기에는 빌런과 안티히어로가 있기 마련이지만 테드창의 소설에서는 상반된 입장의 대변자들 사이의 갈등이 이야기의 중요한 얼개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매우 차분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논쟁적으로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좋은 느낌을 받았던 것은 내가 이 책을 하드커버 양장본으로 읽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고풍스러운 감각이 되살아나 책을 잡고 있는 것자체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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