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우리교육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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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상세한 내용까지 기억하는 것은 <마음을 읽는 거짓말쟁이 허비>의 이야기 뿐이다. 짝사랑하는 마음을 읽은 허비가 수잔 캘빈 박사가 상처받지 않도록 거짓말한다는 내용은 어린 맘에도 납득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이야기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인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로봇공학 제3원칙은 어려웠고 아주 이상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라는 개념이 어린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읽으니 참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말도 할 수 없고 그저 명령을 따르는 유모 로봇으로부터 인간이 할 수 없는 엄혹한 환경에서 노동을 대신해주는 강인한 육체에서 뛰어난 계산 능력과 인지 능력을 탑재하고 결국 로봇제1원칙을 철저하게 신봉하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도 인간보다 더 완벽한 인간으로 진화해나가는 과정이 이제는 더 이상 생경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간 마음에서 질투, 욕심, 경쟁심, 공명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소거하고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된다”라는 제1원칙을 절대 어길 수 없는 존재가 인류의 리더가 되는 것이 그렇게 위험한 일일까?
분명 현실세계에서 로봇은 이 책에서 묘사한 것처럼 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고 로봇에 대한 인간의 감정은 이 책에서 묘사하는 것보다 더욱 잔혹해질 수도 있다. 단순히 금지나 제한이 아니라 파괴나 공멸을 선택하는 인간이 이 세상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시모프는 로봇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도 결국 인간을 상기시킨다. 사실 제1원칙은 인간이나 로봇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 안의 로봇들은 발전상의 한계 때문에 이런 저런 말썽을 일으키고는 하지만 절대로 제1원칙을 위배하지 않는다. 로봇은 그러하다. 인간은 그러한가?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묘사되는 일부 인간은 유독 성격도 급하고 화도 잘 낸다. 로봇과 대비가 필요했던 걸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모프는 진보에서 인간의 역할을 완전히 지워버리지는 않는다. 바이어리가 슈퍼 컴퓨터를 따르지 않고 소소한 문제를 일으키며 질서를 무너뜨리는 ‘인간을 위한 사회’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려고 하자 수잔 캘빈 박사는 그것을 저지한다. 수잔박사는 인간의 자율적인 행동을 로봇이 인위적으로 제어하려는 행동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징벌보다는 그들이 질서를 무너뜨릴 가능성을 슈퍼 컴퓨터가 함께 고려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하다. 인간의 미친 짓도 결국 인간성의 일부라면 그것을 강제적으로 억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우 이성적이지 않은 판단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미친 짓이 스스로 자연소멸하기를 기다릴 수도 있어야 한다. 수잔 박사의 이 조언으로 자칫 위태로워질 수 있었던 인간과 기계의 공존이 미래에도 계속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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