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와 오브제의 관계 또는 언어 표현 체계와 그림 표현 체계 간의 관계에 관한 일련의 작품 중 선구적인 작품이 <꿈의 열쇠>도 130, 131 이다. 두 가지 판이 있는데 두 작품 모두 서로 상관 없는 네 종류의 오브제가 한 구획 안에 있는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고 이미지들은 어린이의 그림책처럼 명칭이 붙어 있다. 처음의세 가지 오브제는 틀리게 명명되어 있어 그림과 명칭이 같은 오브제를 명시하지않지만 네 번째 경우에는 그림으로 표현된 오브제와 그 아래의 명칭이 일치한다.
같은 시기에 제작된 ‘이것은 담뱃대가 아니다‘ 라는 설명이 붙은 담뱃대를 보여주는 <단어의 사용 I>도 132과 함께 <꿈의 열쇠>는 철학적으로 의미 있고 지성적으로 난해한 마그리트의 주제 중 하나를 보여 주기 시작하였다. 여기에서 그는 난해한 임의적 구조에서 발생하여 철학적 오해로 이어지는 일종의 오류를 다루고있다. 이러한 실수들은 너무나도 익숙해서 감춰져 버린 일상적인 생각에 뿌리박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사물의 양상은 그것의 단순함과익숙함 때문에 숨겨져 있다(우리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한다- 항상 우리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라고 저술하였다(마그리트도 이러한 진술을 쉽게 기술할수 있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새롭고 유별난 것이 주목을 받지 일상적인 사건은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 P131

이미지는 그것이 재현하는 사물과 비슷하지 않고 다른 종류의 이미지와 유사하다(이미지는 담뱃대를 재현할 수 있지만 담뱃대는 이미지를 표현하지 않는다). 마그리트가 꿈의 열쇠도 131 에서 보여 주었듯이 이미지는 어떠한 것이든 재현할 수 있다. 마그리트의 회화적 재현과 언어 묘사는 임의적으로 재조정되어 평범하게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말의 이미지는 ‘문‘이라고 명명되었고 시계는 바람‘ 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통상적으로 오브제들은 ‘나무’나 ‘구두‘ 와 같은단어로도 분류되고 또한 이들을 재현하는 그림으로도 분류된다. 이러한 문구들과 그 사용이 상투적으로 되면 될수록 재현되는 사물은 표현 자체와 더욱 혼동될것이다. 그로 인한 혼란의 결과는 일반적으로 ‘사실주의‘ 라고 일컬어지며, 이 혼란이 최고의 경지로 나타날 때 이 둘은 서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 P137

재현이란 언어 묘사와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그림이다. 그림이 오브제를재현할 때는 오브제를 위한 상징이 되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과 관련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유사성만으로는 대상과 연관 관계를 세우기에 충분하지 않다. 사실 모든 것은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재현은 유사성과는 완전히 무관하다. 모든 오브제는 어떠한 이름으로도 불려질 수 있다(어떤 아프리카부족의 추장은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라고 불리고 니아살랜드에는 이름이 프리저데어 (Frigidaire, 냉장고의 상품명 - 옮긴이 주인 소녀들이 있다). 또는 마그리트가 보여 주었듯이 이름은 오브제의 이미지를 대체할 수 있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만약어떤 쓰임새에 대해 누구나 동의한다면 무엇이든지 표지로 사용될 수 있다. 표지자체는 아무 의미를 지니지 않으며 그 의미는 용도에 관한 동의에서 비롯된다. - P141

유사성과 재현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 오브제는 그 자체와 유사하지만 항상그 자체를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마그리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우리는 보통 공통된 특질을 지니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사물에 닮은 점이 있다고 여긴다. ‘깍지 안의 완두콩 두 개처럼 꼭 닮았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가짜가 진짜와 유사하다고 쉽게 말하기도 한다. 소위 유사성이라는 것은 비교라는 관계로 구성되고그 비슷함은 검토, 평가, 비교를 통해 마음 속에서 인식된다… 닮음이란 ‘상식‘ 을 따르거나 혹은 그것을 무시하는 것과 관계 있는 것이 아니라, 영감이 부여한 체계대로현상의 세계에서 형상들을 자연스럽게 모으는 것과 관련이 있다. - P145

그러므로 유사성은 동일성의 증거가 아니며 비슷한 오브제가 서로를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상징은 반복 덕분에 존재하고 그 동일성은 다른 사용자에 의해서도 특정한 형태로 여겨지는 똑같은 의미에 의존한다. 마그리트는 이러한 잘못되기 쉬운 속성을 여러 방식으로 보여 주었다. - P150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이 이미 지적하였듯이 언어란 현실의 그림 이 아니라 많은 용도를 지닌 도구이기 때문에 재현 방법은 관습의 문제이다. 진술을 이해하는 것은 무엇을 그렸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며무슨 작용을 하고 어떠한 목적에 소용되는지 아는 것을 의미한다. 비트겐슈타인은 한 단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예측할 수 없다. 그 단어에서 배우기 위해서는용도를 바라보아야만 한다. 그러나 어려운 것은 바라보는 방식에 존재하는 편견을 제거하는 것이다." 라고 기술하였다. 이 문장 역시 마그리트가 단어와 이미지가 있는 회화 작품에서 제기한 어려움을 묘사한 것과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그리트는 "유사성에 대한 이미지는 유사성이란 무엇인지 보여 준다. 즉 그것은어떠한 것도 내포하지 않는 형태의 조합인 것이다." 라고 언급하였다. 여기에서그는 비트겐슈타인과 똑같은 생각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있는데 다만 역설적으로상황을 바꾸었을 뿐이다. "선, 단어, 색채가 페이지 위에 어떻게 배열되어 있든간에 그려진 형태는 항상 의미로 가득 차 있다." 도 167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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