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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8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평점 :
칼비노는 도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책의 제목을 통해 보건데 그는 도시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 것은 도시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기원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도시 혹은 도시적 삶이라고 특징짓는 것 자체가 도시를 다른 무엇인가로 규정하는 것이고 도시는 그 이전 인간이 생계를 위해 1차 산업에 종사하던 삶의 모습과 구별되기 시작한 상징이다. 상업과 교역, 여행자들, 소비와 사치, 부유함과 빈곤함, 악습과 발전, 정착과 이주가 공존하는 도시와 도시적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와 대착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착점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형성되어 융합되고 사라지고 잊여지는 것이다. 특별함은 지나왔던 과거나 경험, 알고 있던 도시, 몸에 익숙한 풍습을 통해 인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과거나 경험, 지나왔던 도시, 익숙한 풍습이 다시 소환되어 기억되고 의미가 발굴된다. 그러나 칼비노는 이러한 발굴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은 형성과 동시에 과거가 되고 다시 새로운 구별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되어 사라진다. 폴로가 새로운 도시의 발견은 결국 떠나온 곳에서 기원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며 현재가 존재하는 순간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과도 . 책을 읽다보면 칼비노가 추상적인 관념의 연결뿐만 아니라 도시와 도시 사이의 네트워크와 공통된 특성의 공유에 주목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칼비노에게 도시란 특별하면서 특별하지 않는 것, 한 인간의 삶과 그리고 인간 세상의 노정 그 자체인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를 관찰한다는 것은 삶의 과정과 인류사와 연결되며 그것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노정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나가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20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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