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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 중에서도 고전물을 좋아한다.
고전이라기 보다는 근대 시기, 과학수사나 부검같은 것이 사용되고 있지만 DNA나 미생물 검사 같은 하이테크한 수사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
이런 시기의 추리소설을 배경으로 하면 수사관도 범인도 운신의 폭이 늘어나고 스토리 안에서 각자의 기술을 “이야기적”으로 풀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생활경계가 무한대로 확장된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하다보면 인물 간의 관계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많은데 적당히 현대화된 시기의 인물관계는 이 또한 그저 가지고 있는 환상일 수도 있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상호작용 하는 정도가 더 높은 것 같다.
지금이야 같은 집에 살면서도 각자 다른 사회적 영역에 속해있어 관계의 밀접성이 과거보다는 떨어지는 것 같아 가정에 대해서도 관계의 뒤틀림에서 벌어지는 모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현대적인 공허함이 스토리 몰입을 방해한달까?
아마 이것이 내가 근대시기의 추리물을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다.
이와 손톱은 근대물이라 등장인물의 관계에 집중하면서도 루가 얼굴도 본명도 모르는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은 보다 더 확장되고 개방된 사회를 무대로 하고 있다.
추리에서 범인에 이르는 과정이 우연과 가정에 기대고 있기 때문인지 탄탄한 트릭을 가지는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무에서 유를 찾아가듯 범인을 실체해가는 과정이, 즉 현실적 관계로 링크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달까.
그리고 그 관계가 일방적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연유도 까닭도 모르고 있다는 데에서 트릭이 완성된다.
따라서 밸린저의 이와 손톱은 여전히 ‘이야기’에 방점을 둔 고전적인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