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 한국의 채색화 모던하게 읽기 1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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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

정조가 책거리를 내세운 것은 정학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퍼갠더다.
정조는 어좌 뒤에 그가 유난히 좋아하는 책거리 병풍을 설치하고 정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초유의 이벤트를 벌였다. 천주교(서학,사학)전파를 막고(신해박해,신해교난,문체반정) 문학(경전)으로 국가를 빛내기 위한 것이었다. p.71

상류계층에 책거리가 유행하는 도화선이 됐다.

서양의 종교는 체제를 위협하기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지만, 서양의 과학문명이나 예술은 조선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적극 수용했다.
서양화풍과 서양의 물건들이 등장한 책가도는 조선의 글로벌한 욕망을 측정하는 바로미터 같은 그림이다. 정조 시대 정치와 경제와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상생의 에너지로 작용한 것이다. p.83

민화의 특징 '구조적 짜임' 이우환.
책거리의 매력은 구성의 아름다움에 있다.
우리의 타고난 구성에 대한 감각이 유감없이 표출된 예술.

매혹적이고 "과분한 기쁨"

민화에는 어떤 규범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이 충만하다. 민화의 자유로운 상상력이야말로 민화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색이자 매력이다.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 반드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채색화 책거리는 조선후기가 이념의 시대에서 물건의 시대로, 정신적 가치에서 욕망의 시대로 변해가면서 나타난 산물이다.

'행복화' 기시후미가츠 교수
'길상화' 국현 윤범모 관장
길상화는 조선후기에 유행-격조있고 이념적인 수묵화나 문인화와 달리 현실적인 욕망이 표출된 그림.
(길상이란 윤리적으로 선하게 살고 현실적으로 복을 받는 것)

책거리를 대표하는 물건은 책이다. 정조는 책을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했지만, 정치와 상관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책은 출세의 상징이다.
책거리는 출세 못지않게 일상적인 행복도 중요하다는 메세지를 우리에게 보낸다.
양반들이 중시하는 명분과 체면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실리를 추구하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p.169

민화 책거리는 근본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상징으로 변해갔다.

문방에서 시작한 책거리는 원래 책과 물건을 담는 현실 공간이었지만, 점차 현실에서 벗어나 꿈과 이상을 펼치는 상상의 공간으로 변해갔다.
완상적 혹은 정치적 목적과 달리 행복을 상징하는 자연물로 책과 물건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학문적 특색에서 벗어나 풍속화이자 길상화가 된 책거리는 생활과 밀착된, 그래서 생활의 감성과 소망이 깃든 정물화로 탈바꿈해 나갔다. p.175


책거리는 정치 그림->취미의 그림->욕망의 그림으로 변해갔다.
궁중화 책거리- 물질을 통해 세계와의 소통을 시도,글로벌한 취향.
민화 책거리- 물질로써 이상 세계와 소통을 꿈꿨다. 가장 한국적인 그림으로 탈바꿈.
극히 현실적인 문제라도 이상적이고 환상적으로 풀어갔다. 한국 민화의 꿈과 사랑이 빛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191

출세를 상징하는 책과 더불어 동물이 노니는 세계는 궁극적으로 행복의 유토피아다.

민화의 책거리는 현실적인 세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현실과 이상세계를 넘나들며, 현실적인 소망과 바람을 은유적이고 서정적이고 환상적으로 읇었다. 현실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욕망은 사실적이고 이성적인 팩트를 훌쩍 넘어선다. 예술적이면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p.206

현실과 꿈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책거리.
백성들에겐 이성과 합리, 사실의 세계보다 앞서는 것이 행복의 꿈이기 때문이다.p.211

민화 책거리는 공간의 표현은 전통성을 고수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자유롭다.
풍부한 상상력에 의한 '파격의 미'이다.
민화 작가들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지향했다. 모순처럼 보이는 전통성과 파격의 미가 민화에서 만나 독특한 현대성을 창출했다. p.218

민화 책거리의 가장 큰 장점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데 있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구현한 파격의 미가 민화 책거리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일견, 모순처럼 보이는 '전통성'과 '파격의 미'가 만나는 지점에서 독특한 모더니티가 형성된다.
민화 작가들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꿈꿨던 로맨티스트라 할 수 있겠다.

장승업-기명절지도 (기명도와 화훼도의 조합)
기명절지는 책거리의 연장선에서 등장한 정물화다. 기존 책거리와 달리 수묵화로 표현하고 격조를 중시하는 문인화의 모티브로 유행했다.
민화 책거리로 한국화가 진행되던 상황에 다시 중국풍의 유행으로 아쉬운점.
반면 지나치게 통속화되던 민화 책거리의 견제 장치로서 새로운 자극을 주었던 순기능. p.259

책거리
조선시대 민화에 대해서 깊이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책거리의 발단 과정과 의미가 변화하는 과정과 더불어 선조들의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
예술이란 모름지기 예전이나 현재의 모든 일상에 이르기까지 없어서는 안되었다.
예술의 형태가 어떤 모습이었던지 간에 시대상황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하고 탈바꿈 되었다.
이와같은 예술의 역사가 있어왔기에 현재의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부단히 그 발자취를 따라 노력하다가 새로운 예술이 창작되어 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일원으로서 미력하나마
행복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을 하고싶다는 꿈을 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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