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가와우치 아리오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파주 어린이 책 잔치 당시.. 지지향에서 읽다가 완독을 못하고, 결국 내세에 돌아와서 내돈내산한 책 ㅋㅋ

내가 선입견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을 만큼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았던 지점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것이 책의 역할이라면, 이 책이야 말로 진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가다>는 말 그대로 ‘전맹’인 시각장애인 시라토리 씨와 함께 미술 작품 관람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일단 시각장애인과 미술관이라니, 이전에는 상상도 못한 조합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 미술 작품 관람을? 만져보는건가? 하지만 미술작품은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절대 다수인데? 아니면 전문가의 도슨트를 듣는건가? 점자로 된 브로셔를 보는건가? 등이 궁금했는데, 의외로 그 방법은 간단했다. 함께 동행한 이들이 ‘보이는대로’ 설명해주는 거다. 동행인은 상황에 따라 전문가일수도, 비전문가일 수도 있고, 그 설명 또한 어떤 경우에는 명료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모호하다. 같은 작품을 앞에 두고도 누군가는 그것을 호수로 보고 누군가는 그것을 들판으로 보아 각기 다른 설명을 하기도 하는데 시라토리 씨의 경우엔 그런 혼란함을 즐긴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혼란한 대화가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와중에 의도치않게 작품의 핵심에 다가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눈이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작품을 보는 행위의 목적은 작품의 이미지를 서로 일치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이해하는 것과 모르는 것, 그 전부를 아우르는 ‘대화’라는 여정을 공유하는 것이며 감상과 해석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고 각자의 내면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모임’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독서모임을 이리저리 운영해보면서 재미있는 경험도 의미있는 경험도 많이 하는 중이라 이 부분에 더더욱 공감이 잘되었다ㅎㅎ

시라토리 씨의 입을 빌어 시각장애인에 대한 여러 화두가 던져지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눈이 안보이니까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해, 라는 말이나 눈이 안보여 불편하니 도와주어야 해 같은 말들은 다분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눈이 보이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건가?하는 포인트나 애당초 보여본 적이 없다보니 눈이 보이지 않아 불편하다는게 어떤건지 모르겠다 는 입장 등도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다른 감각이 더 발달했겠거니 하는 것도 시각 장애인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라고 한다. 하긴.. 눈이 보인다고 제대로 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 싶기도…

작년 말, 시각 장애인 분들이 주로 이용하는 청주 무지개 도서관에서 책 관련 강연을 했었다. 다수 분들은 오디오 북으로 책을 ‘듣고’ 있었는데 그것만 제외하면 일반인과 활동하는 모습에 크게 차이가 없었다. 당시 강연장에는 책상과 의자가 상당히 좁은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를 날다람쥐마냥 휙휙 돌아다니면서 친구를 찾아 악수를 하고 가방에서 선물을 꺼내고..

시라토리씨는 전맹이지만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본인이 보지 못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사진이라는 결과물보다는 찍는 행위 자체에 더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한데, 이 사진들이 궁금해서 이리저리 찾다보니 지금 일민미술관에서 관련 전시를 하는 것 같음!!!! 이거는 짬을 내어 꼭 가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