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

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
라데크 말리 지음, 레나타 푸치코바 그림, 김성환 옮김, 편영수 감수 / 소전서가 / 2024년 5월

카프카적인 / kafkaesque

이라는 단어는 실제로 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부조리하고 암울한’ 의 의미를 갖는 이 단어는 말 그대로 너무나 카프카스럽다. 카프카의 작품들이 대개 이런 느낌인데, 이번에 만난 이 책 속 삽화들도 이런 느낌과 그 결을 함께 했다. 아, 참고로 <프란츠 카프카,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은 그래픽노블이라고 소개가 되어있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그보다는 그림책에 가까운 구성이다.

카프카의 암울하고 불안하고 난해하고 어려운 작품에 비추어, 우리는 카프카 역시도 그런 사람이었을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주변인들과 아무 교류도 없이 혼자 좁고 어두운 방에 박혀 밤새도록 글만 쓴, 병약하고 우울한 사람 정도일까.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 책과 이번 전시는 카프카에 대한 이런 선입견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역할을 아주 충실히 해낸다.

카프카는 성실하고 유능한 회사원이었고 심지어 갓생러(운동+여행+영화 덕후, 금주와 금연, 채식)였고 친구들도 제법 많았으며(그 친구 중 1인이 카프카가 전부 불태워달라고 한 것들을 카프카 사후에 전부 출판함ㅋㅋ) 여자들과의 로맨스도 제법 있었다. 세간에 잘 알려진 것처럼 아버지와의 갈등이 있긴 했지만 그것이 전부 사랑과 걱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다. 카프카는 강압적인 아버지의 모습에 상처받은 연약한 아들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 (그래서 우리는 카프카의 아버지를 ‘폭군’으로 기억한다) 사실 카프카가 아버지, 그리고 가족에게 요구한 것은 지금 기준으로 봐도 너무 심한 감이 있다. 누군가를 책임지기 싫다는 이유로 결혼도 안해, 제 밥벌이도 싫고 그저 글만 쓰고 싶어, 그것도 혼자 나가서 살면서..(그럼 그 생활비는?) 

하지만 우리 역시도 얼핏 잘 매칭되지 않는 수많은 특질의 집합체이지 않은가. 나만 해도 어떤 날은 게으르고 어떤 날은 부지런하다. 서재 정리는 잘 하지만 다용도실 정리는 잘 못하고, 부침개는 잘 부치지만 팬케이크는 매번 태운다. 어떤 날은 갓생러처럼 살고 어떤 날은 세상에 이런 폐인이 있나 싶은 때도 있다. 타인을 향해서는 ‘앞 뒤가 다르고, 너무 모순적인거 아냐?’라며 시시 때때로 따지고 들지만 나 또한 그러함은 자꾸 잊는다. 복잡하고 다면적인 것이 인간임을 자꾸만 잊는 와중에 카프카를 통해 카프카 역시도 그런 인간 중 하나였고 우리 모두는 다 그런 인간임을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