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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 생존을 위한 여행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19
린지 무어 지음, 홍연미 옮김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평점 :
북극곰이 등장하는 그림책이 요즘 부쩍 늘었더라고요.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가 빙하가 녹는 것이고, 이에 따라 북극곰이 생존을 위한 터전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 꽤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일까요.
찾아보면 북극곰 대한 그림책은 종류도 많고 다양해요. 그 가운데 이 책은 북극곰의 시선으로 곰의 생존(생존이라 쓰고 사냥이라 읽는다) 여정을 안내하는 정보책에 가까워요.
'정보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계실 텐데요. 페이지마다 설명이 주렁주렁 달린 그런 책은 아닙니다. 북극곰의 특성과 생존 전략 그러니까 북극곰의 삶을 사실적인 정보에 따라 구현한, 가벼운 스토리텔링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북극 냄새가 나는 그림이 있는, 정말 퀄리티 높은 책입니다. (이런 책이 많아지면 정말 좋겠어요!)
이 책은 린지 무어(Lindsay Moore)의 첫 책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첫 책이 이렇게 멋지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판권에 저자 이력이 남다르네요. '해양생물학교 미술 전공, 의학과 과학 일러스트레이션 석사를 받았대요. 소개 말미에 이런 문구가 있어요.
"나는 북극곰에게 목소리를 주어서, 북극곰과 바다 그리고 해빙과의 놀라운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놀랐어요. 이 책은 정말 저 문구다운 책이거든요.
책 판형이 꽤 큰 편이라 실제로 책을 펼쳐보면 북극 특유의 풍경이 보여요. 맑은 하늘과 얼음, 깊고 어두운 바다까지 온갖 푸른색에 눈이 맑아집니다. 약간 질감이 있는 종이에 옅은 수채화가 그 그낌을 더하고요.
참을성 있는, 잘 견디는, 기다리는 법을 아는 북극곰. 곰이 무엇을 가장 기다릴까요? 여름이 끝날 때 쯤 녹았던 빙하가 다시 얼어붙어 사냥을 나갈 수 있게 될 시기가 아닐까요.
그러다 다시 봄이 되면 부빙을 오르내리며 사냥을 하고 더 시간이 흘러 여름이 다가오면 부빙마저 자잘한 얼음 덩어리로 쪼개져 사냥하기 어려워진대요. 이미 육지에서 멀리 나온 곰은 더 늦기 전에 땅으로 돌아가야 하겠지요.
최근에 어디선가 사냥 나왔던 북극곰이 너무 빨리 얼음이 녹아버린 탓에 결국 육지로 돌아오지 못하고 익사해 죽었다는 기사를 봤어요. 물론 이 책의 곰은 포기하지 않은 덕에 끝내 육지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북극곰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북극곰을 비롯한 많은 생명이 터전을 읽거나 살아왔던 방식으로 더는 생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해요. 우리 모두 이런 기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요. 그런 의미에서 북극곰 그 자체에 집중한 이 책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 아름다움이 오래 유지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https://blog.naver.com/thereader987/222891650740
이리저리 떠도는 극제비갈매기 아래로, 수면 위를 까닥거리는 외로운 빙산을 지나, 느릿느릿 지나는 북극 상어의 깊고 짙은 그림자 위로, 그렇게 나는 헤엄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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