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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3년 11월
평점 :
스키선수였던 히다에게 어떤 연구 제안이 날아든다. 그것은 다름아닌 운동 선수의 DNA 샘플 분석.
히다의 딸이라는 카자미에게 그의 우수한 DNA가 있는지 입증하기만 하면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히다는 제안을 거절한다.
이 때, 제안을 거절한 히다와는 다르게 다른 가정인 가쓰야 씨의 집에서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가쓰야의 아들은 신고는 기타를 좋아하지만, 아버지의 뜻대로 스키를 타기 시작한다.
다만 여전히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좋아는 하지만, 한번도 자신이 쳐보진
못한 기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히다의 딸인 카자미는 훈련 도중 익명의 사람에게 운동을 그만두지 않으면 위해가 가해질 것이라는 협박을 받고,
그 후 그가 탈 예정이었던 버스는 사고를 일으킨다.
독자들은 읽다 보면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히다의 딸인 카자미가 친딸이 아니라는 것은 알려졌고,
그렇다면 범인은 괜히 나온 내용이 아니었을, 친딸로 카자미를 둔 누군가라거나, 카자미 주변의 인물이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굉장한 반전을 기대했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한 범인이어서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범인이 아닌 카자미의 어머니에 대한 진실 부분에서는 얽힌 부분이 있어 조금 놀랍기는 했습니다.
결국 소설의 결말은 범인들의 종말, 이지만 과연 이들을 범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대로 그 사람들도 피해자였고, 오히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하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굳이 히다의 부인과, 범인들의 자살로 종결되는 결말까진,(이런 소재는 일본 소설을 읽는 데 거리감을 두게 한 원인이라고 생각)
히다와 카자미만의 행복을 위해서, 그들의 비밀을 위해서 정말 그렇게
희생이 필요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결론이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혹은 진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악의적이지는 않은 의도로 진실을 덮으려 했던 주인공들의 노력 차원에서
어느 정도 필요하기는 했을 것이지만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고, 옳은 선택을 하려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 때로는 진실을 숨겨야 할 때도 있는 법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면 그것은 자기 변명 밖에 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저지른 행동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서는...
물론 이 소설의 중점이 그런 것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소설은 '재능'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고 라는 인물을 보면 자신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 과연 타고난 재능일까 라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그가 하고 싶어하는 기타가 한번도 쳐보지는 않았지만 그가 가졌던 재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자면, 재능을 가진 사람이면서 그 재능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최소의 노력으로도 재능을 가진 일을 즐길 수 있지만,
DNA로 타고난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그 재능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
그래서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재능의 유전자란게 말이야, 뻐꾸기 알 같은 거라고 생각해. 본인은 알지도 못하는데 몸에 쓰윽 들어와 있으니 말이야...... . 그렇다고 그 뻐꾸기 알은 내 것이 아니야. 신고 것이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고.'
결국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중요해서, 부모님이나 누가 강요할 수 없다는, 흥미로우면서 본받아야 할 것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나가고 싶으신 분들에게 원동력이 될 책입니다.
-데일리컬쳐 10기 C서포터즈 전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