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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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만 잘 지켜도 넘나 섹시한 것

P56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사귀어 달라는 말은 사어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근 십 년 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게 첫 번째 이유고요, 큽.... 제아무리 연애를 많이 해 보신 분이라 하더라도 "나랑 사귀어줘!"라는 국어사전적인 고백을 들어 본 일은 없을 거라는 게 두 번째 이유입니다 보통, 사겨 달라고 하지 사귀어 달라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나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사귀어는 사겨로 줄여 쓰거나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굳이 줄이고 싶다면 사구ㅕ라고 해야 하는데 어? 이거 뭐야, 야 써져! 그렇습니다 한글에는 이러한 표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한 누리꾼이 "국립국어원 직원들은 '사귀어'라고 발음하십니까!" 흥분하며 던진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시더라고요

사귀어라고 쓰라니까 쓰기는 쓰겠는데 그 누구도 사귀어라고 말하지는 않으니 이것이 사어가 아니면 또 무엇이란 말인지. 이참에 국어사전에서 사귀다라는 말을 삭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아무도 아무래도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결과로 어느 누구도 사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 혼자 외로우면 배 아프니까 다 같이 외로웠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이유로 바껴 역시 틀린 말입니다 바뀌어로 쓰셔야 합니다

P67 어의는 입금님 입던 옷 또는 임금의 병을 치료하던 의원을 뜻합니다 어의없다, 어의가 없구나! 어허, 어의가 없노라? 라고 하시면 의도치 않게 임금 코스프레를 하게 된다는 점을 유의하시면서 어이없다라고 어이없다라고 써주시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어이'와 '없다'는 꼭 붙여 써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P120 얼마큼을 얼만큼으로 잘못 알고 계셨던 분 솔직히 손 들어 보십시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빰을 내려치십시오 저를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지는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제 뺨을 때렸으니까요 으흐흐흑....
얼마큼은 얼마만큼이 줄어든 말이라고 합니다 아니, 알아 그건 나도 아는데... 그러니까 얼마만큼을 줄여서 얼만큼이라고 하는 거 아니냐고, 어! 내 말이 틀렸냐고! 예, 틀렸답니다 얼마가 얼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 만큼이 큼으로 줄어든 것이기 때문에 얼만큼이 아니라 얼마큼이라고 해야 한답니다

P140 우리가 가장 많이 틀리는 저속한 말은 처먹다와 쳐먹다입니다 처와 쳐 모두 처로 발음이 되기 때문에 그게 그거 같지만 처먹다가 옳은 말입니다

처는 마구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처먹다는 마구 먹는다는 말입니다 반면에 쳐는 치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쳐먹다는 음식을 한번 치고 먹는다는 말이 되어 버리겠네요

잘 외워지지 않으면 처먹다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퍼먹다를 생각하세요 펴먹다가 아닌 퍼먹다이니 쳐먹다가 아닌 처먹다가 되겠네요

P144 '어떻해'라는 말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히읗 받침 뒤에 또 히읗이 오면 읽기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에서 '어떡게'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역 받침 뒤에 또 기역이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겹치는 것 없이 각각 어떻게와 어떡해로 써주셔야 하겠습니다

'어떻게'는 '어찌'와 비슷한 말입니다 여러분이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시는 <고해>의 첫 소절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를 "어찌합니까 어찌할까요"로 바꾸어 불러도 뜻은 통하네요 그러니 어찌가 들어갈만한 문장에는 어떻게를 쓰시면 됩니다

어떡해는 '어떻게 해'가 줄어든 말로 '어쩌지'와 비슷한 말입니다 좀 옛날 노래이기는 하지만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다 같이 불러 봅시다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 이때 어떡해를 어쩌지로 바꾸어 븰러도 그럴싸하겠지요? 이처럼 어쩌지가 들어갈 만한 문장에는 어떡해를 쓰시면 됩니다

한글, 매일 쓰는 우리말이지만 쓸때마다 헷갈리고 어렵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첨 알게 된 맞춤법은 '얼마큼'이다 얼만큼이 아니고 '얼마큼'이 맞는 표현이다
사겨, 바껴 역시 마찬가지이다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데 맞춤법 만큼이나 어려운 띄어쓰기와 자주 틀리는 맞춤법과 틀린 곳 찾기가 있어서 한번 더 복습할 수 있다 아무리 예쁘고 잘 생겼다고 하더라도 맞춤법이 자주 틀리는 사람은 별로다 국립국어원 직원도 틀리는 맞춤법, 완벽하게 다 알지도 못해도 최소한의 맞춤법은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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