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상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실질적인 기행문이 아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한다면 분명히 실망할 것이다. 기행산문이 아니라 필자의 머릿속 여행이다. 작가의 머릿속에 남겨진 풍경에 관념의 옷을 입히고 있다. 그러기에 풍경은 없다. 아무리 읽어도 작가가 이야기하는 풍경은 나의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다. 아무런 이미지가 남지 않는다.

  기행하는 사람과 같이 걷는 듯한 느낌 없이 대학 교수가 강의실에서 미술 작품을 하나 하나 슬라이드에 띄워 놓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뒷부분은 시평론집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자연이 해석의 대상이듯이 시 또한 해석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머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사실(풍경)들을 하나씩 순례하며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관념과 의미들을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여행지의 정보나 여행자의 숨결을 느낄 수가 없다.  그냥 머리가 아프다. 지루한 설교를 한참이나 듣고난 듯한 기분이 강하게 든다. 왜 자연을 아니 여행지를 관념으로 해부해야 할까? 그냥 있는 그대로 그 자체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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