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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대 1:운명편
야마자끼 도요꼬 지음 / 청조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불모지대(不毛地帶)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식물이 자라지 않는 거칠고 메마른 땅이다. 이 책을 읽기전 제목을 보면서 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을 제목으로 잡았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전후 상황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그들이 살아가는 곳은 불모지대일 수 밖에 없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은 그 어디에도 있을 수 없었다. 인간다운 소망이나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시기이고, 또한 현실도 여전히 그렇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다 불모지대에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읽으면서, 조금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그렇게 현실의 모습을 불모지대로 인식한 작가가 왜 그 나라 자신(일본)이 가해자라는 사실은 아예 외면할까라는 의문점이다. 현실의 삶을 '이끼'라는 실존적 인물을 통해 냉철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가가 어째서 그 인물 자체가 가해자였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 작가적 양심이 의문스러웠다. 이것이 단순히 위인전기였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현대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쓰여진 소설이라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그 문제를 제외하고 본다면, 일본의 전후 변화상황과 그 속에서 빨리 시류에 영합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 그 나름대로 인간적인 가치를 위해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사람들 등 현실의 여러 3단면들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 참 감칠맛 나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