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덫 세미나리움 총서 1
한스 피터 마르틴 외 지음, 강수돌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효율성에 대한 신화에 대한 의문



요즘 기업 경영주들의 말소리를 들어보면 세계화 시대에 어떻게 하면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오로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만을 찾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최대한의 효율성 제고를 방법을 추구한다. 그 속에 사람에 대한 배려는 사라진다.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낮추면 낮출수록 기업의 경쟁력은 강화된다. 끊임없이 고비용의 구조를 저비용의 구조로 낮추려고 한다. 그렇게 됨으로 많은 사람들의 고용이 사실상 불안정해지게 된다. 사회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결국 임금의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 기업 활동(경제활동)을 왜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진지하게 던질 시기이다. 무엇을 위해 발전을 추구하고 무엇을 위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는 시기이다. 결국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려고 발전을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익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통해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질적으로 향상 되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효율화, 경쟁을 통한 거대화, 전문화된 사회의 문제점은 통제가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고도의 전문화된 모습 속에는 인간의 모습이 깃들일 여지가 없다. 우리가 걸프전이나 이라크전의 모습을 살펴볼 때,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사람을 보고 폭격을 하지 않는다. 단지 스크린이나 컴퓨터 화면 위에 나타나는 위치를 향해 버튼을 누를 뿐이었다. 이 버튼만 누르면 될 때 별 죄책감을 가지지 않게 된다. 최저 생계비를 결정하는 위원회에 속한 사람들이 해마다 최저 생계비를 전년대비 몇 % 상향시켰다는 기사를 읽게 된다. 실제로 그 사람들이 그 돈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서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단지 경제적인 수치나 데이터를 통해 결정할 뿐이다.

거대화, 전문화된 집단은 자신만의 데이터를 신뢰하고 자신 집단의 최대 이익을 구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해서는 배척하는 경향성이 강해진다. 이러한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자기 집단만의 이익 추구 경향이 강화되는 것이다. 집단만이 살아남고 집단 외에는 다 죽어가는(망해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경쟁은 1등과 다수의 패배자만을 낳게 된다. 1등만이 살아남는 사회는 안식이 없는 곳이다.

우리가 세계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것은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 버린 현실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수 있을까? 경쟁이라는 수단이 오히려 목적화되어 버린 현실 속에서 결국 소수의 삶만이 높은 질을 유지하는 현실을 어떻게 하면 바꾸어 낼 수 있을까? 개인마다 삶의 본질에 대해 궁구할 필요성이 있다.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살아야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효율성에 대한 신화를 우리의 가슴 속에서 지울 때이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이 선이 될 수는 없다.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면 인간의 노동력의 가치는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인간의 노동력은 기계의 노동력보다 훨씬 더 비효율적으로 평가되었다. 기계로서 많이 대치되어 버렸다. 인간의 노동력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점점 낮아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 노동력의 가치는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바꾸는 의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무한 경쟁은 긍휼의 마음을 죽인다. 1등만이 살아남는 사회에서는 1등 미만의 대상을 도와줄 여력이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효율을 감수해야 한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에 어긋난 행위가 죄악시되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도움은 경제적 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안에서도 이러한 개인 이기주의 경향은 강하게 나타난다. 타인을 위한 배려나 약한 자를 위한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 글자라도 더 보는 것이 남는 것이 입시의 문제에 속하기 때문에 자신이 해야될 일 외에는 전혀 참가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성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자기 발 옆에 떨어져 있는 휴지 하나 주우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할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

경쟁의 사회는 긍휼과 돌봄의 사회적 안전망을 파괴한다. 철저한 강자존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적자생존의 정글 법칙을 인간의 삶속으로 집어 넣고 있는 것이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절대 선이 될 수 없듯이 효율성도 절대 선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