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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
김탁환 지음 / 살림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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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고래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그 고래는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였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바로 그 시대 사람들의 소망과 비원이 담겨져 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욕망이 집합되어 있는 것이다.
금오신화에는 김시습의 욕망이 구조화되어 있고, 고전소설에는 조선조 민중의 욕망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흥부전과 같은 것에는 바로 힘없고 굶주린 서민들의 염원이 녹아 있다. 잘 먹고 배부르게 살고 그들을 괴롭히는 모든 것들이 무너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서민들의 욕망이 집요하게 표출되어 있는 것이다.
열두마리 고래는 우리들의 욕망의 다른 모습이다. 아버지, 김만복씨, 최박두, 아신(나)의 바람이 고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고래를 사랑했다. 그들 자신이 바로 고래인 것이다. 그들의 삶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숙희는 자신의 꿈을 환상곡을 통해서 들어내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 안익태 선생에 의해서 만들어진 '코리아 환상곡' 또한 한국 민족의 비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이런 바람이 굳게 녹아 들이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욕망과 바람이 강렬하게 나타난 것일까? 그것은 그만큼 상실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상실의 경험이 큰 자일수록 욕망은 커지는 것이다. 김시습이 바로 그러한 삶을 살았다. 그 상실의 경험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라는 금오신화가 탄생되게 된 것이다.
이 소설에서 열두마리 고래는 욕망의 상징이자 바로 상실해 버린 우리네 삶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