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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지식인들
폴 존슨 지음, 김일세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것인가?
벌거벗은 지식인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보통 위대하다고 하는 인물들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위대한 사상가, 교육가, 문학가 등. 우리가 교과서나 책 속에서 배우던 그들의 위대한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인류에게 새로운 지적 자극을 주었던 그네들의 모습은 하나의 경이로움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펼칠수 있을까하는 느낌과 함께 나에겐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경이의 대상들은 하나둘 그 자리를 내려와야 했다. 실제로 현대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던 것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다.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서 살아갔던 추악한 인간의 일면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위대한 지식인들이 가진 공통점은 자신만이 세상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모든 세상이 자신을 우러러 보기를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다. 이 지식인들의 행동과 생활은 이기심의 극치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당연히 자신이 세상의 기준이기에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게 될뿐이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를 원했지만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는 하지 않았다. 너무나 공허한 관념의 외침이 있을뿐이지 우리의 삶을 실제로 개선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갈등의 골만 더 조장할 뿐이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의문이었다. 무엇이 이들의 삶을 편협하게 만들어 갔을까?
그들도 그들나름대로 세상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평생에 걸쳐 살아갔는데, 이 인류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생에 걸쳐 노력했는데, 왜 그들의 삶은 자신의 주장과는 괴리되어 살아갔을까? 왜 그들은 자신의 주장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기 못했을까? 자신은 그 사실을 알았을까? 아니면, 자신의 삶은 자신의 주장대로 일치되었다고 생각했을까?하는 계속되는 의문이 나를 곤혹하게 한다.
그러한 나의 고민은 한가지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왜 그들이 그런 주장을 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짜 그 목적이 세상을 위한 것이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보았다. 그것이 진정이었다면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주장을 자신의 삶속에서 실천했을 것이고,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본이 되게 만들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삶을 살아간 사람은 책에서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들의 주장은 진정으로 세상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위상을 세상에 높이려는 하나의 시도였을 뿐이다.
세상을 위한다는 것은 하나의 허구일 뿐이고, 그들은 그것을 통해서 대중의 지지와 우상시되는 명예를 즐겼을뿐이었다. 비록 그들의 사상이 일정정도 세상에 유효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을망정 그것으로 인해 나타나는 갈등과 대립은 더욱 크다.
이 지식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지식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출발점이 달라야 함을 깨닫게 된다. 모든 일을 하는 출발점이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상의 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단지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덕을 실현시키는 전도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위로를 주지 않아도 흔들림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며, 오히려 하나님 안에서 삶의 기쁨을 찾아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어떻게 실천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공허한 사랑의 외침이 아니라 실제적인 사랑을 이웃에게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나누기 위해서는 눈높이가 같아져야 한다. 내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시혜자적인 태도로서는 나눌 수 없다. 책속의 지식인들은 끊임없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부르실 때, 세상을 섬길 사람들을 부르셨고, 일할 사람을 부르셨지 섬김을 받을 사람들을 부르시지 않으셨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입은 자들임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세상을 위한 종임을 생각해야 한다. 이 세상을 위해서 진정으로 어떤 것부터 섬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진정한 세상을 위한 지식인은 세상으로부터 명예나 섬김을 받는 자들이 아니라, 세상을 섬기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진 자로서 끊임없이 낮은 자들을 위하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