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 최고 동화는 내 친구 10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199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기발성을 생각해 본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참으로 어른과 다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어느덧 어른이 되어버린 나의 눈엔 아이들의 세상이 사라져 버렸다.
  어른의 세상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이들에게 최선이라고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자위하면서. 빨리 빨리, 목표와 목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달성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런 나의 모습이 아이들의 눈엔 5급 훈장을 자랑스럽게 달고있는 위선적인 빡빡감자 아저씨(육성회 회장)이 아닐까? 아이들이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 그 종이 위에 그려진 모습으로 느껴진다.
  아이들의 삶을 놓쳐버린, 그들만의 세계가 있음을, 아니 있어야 함을 애써 외면하는 나의 모습이 되어 있다.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현실에 쉽게 안주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다 그렇게 사는데 뭐라는 생각으로.
  그런데, 다쿠보 선생은 아이들의 행동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힘을 가진 존재다. 비록 자신의 삶이 명확하고 잘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다. 힘든 삶을 통해 자신이 힘들어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어 내고 있다. 부럽다. 정말 부럽다.
  아이들도 어른과 동일하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사고의 방법과 틀만 다를뿐 동일하게 삶에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다투고 싸우고 문제도 일으키지만 서로의 고민을 나눌줄 알고, 또 해결해 낼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동화를 읽으면서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세상이 모두 새롭게 느껴지고 햇살이 눈부시게 느껴지는 아침. 학교길을 향해서 신나게 뛰어가던 나의 모습. 친구들과 장난치고 뒹굴고 뛰어다니던 시절. 그때 나는 어른들을 어떻게 느꼈던가? 좀 이상한 존재였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던 이야기를 오랜 시간 우리를 세워 놓고 따분하게 해대던 교장선생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삶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마지막으로 이야기하자면을 계속 외치던 아침조회시간. 무조건 공부해야 한다라고 외치시던 선생님, 부모님. 왜에 대해선 잘 이야기가 없었다.
  신기하고 알고 싶은 것은 많던 어린 시기에 별로 궁금하지도 않던 내용을 끊임없이 외워야 했던 우리. 공부는 원래 재미없는 거구나를 그 공부를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 어른이 되는 건 이렇게 별로 필요없는 내용을 머리 속에 잔뜩 집어 넣는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어린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어느덧 그 어른이 되어 있다.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상처를 주고 이해하지 못하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것을 중요한 척하며 강요하는 허울좋은 어른이 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왜 예전에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어른이 모습이 되어 있을까? 왜 어른 시절의 그 호기심 많던 나의 맑은 눈망울을 잃어버렸을까? 왜 아이들의 말과 전혀 다른 삭막해진 말을 사용하는 어른이 되어 있을까?
  짧은 동화를 읽으면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게 되었다. 지금 아이들의 모습이 바로 예전에 나의 모습임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예수님도 어린아이의 심정을 가져야 천국에 갈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대상을 바라보는 그 순수한 마음이 아이들에게는 있다. 그 순수함을 계속 유지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어른의 책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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