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자식들에게 어떤 삶이 선비된 자로서 가치있는 삶인지를 가르치는 내용이다. 실제로 교실에서 가르칠 때 단순한 내용 확인보다는 현실과 비교해서 학생들에게 가치관을 확인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업자료였다.
이 책에서는 정약용의 부모됨이 잘 드러난다. 자식들에 대한 간절함과 소망이 묻어난다. 아이들이 독서하기를 간절히 당부하고 있다. 독서는 기술이 아니고 삶의 근본임을 강조하며 자식들의 역량을 세밀히 살피고 나서 적절한 독서(공부)의 실천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삶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해야 할 역할이 잘 드러나고 있다. 과연 나는 그러한 아버지됨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강한 아들 만들기>라는 책에서 보이는 아버지의 역할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식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되어야함을 말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런 아버지가 얼마나 될까? 현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은 가족에 관심을 가지기 힘들다. 직장에서 요구하는 살인적인 강도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가정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제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자아실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을 통해 가정 생활을 영위하는 수단적 측면이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본말이 전도된 형편이다. 직장을 위해서라면 가정이 조금 희생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더 강한 현실이고 그것이 정당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아버지가 사라진 가정의 모습이 흔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학생들이 다반사이다. 아버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버지의 관심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야기하는 학생이 전혀 없다. 한마디로 지금 현실은 ‘아버지는 없다’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아버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조언을 할라치면 그것은 간섭으로 받아들인다. 이때까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다가 왜 갑자기 간섭하느냐고 항의한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의 정서적인 교감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약용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아버지가 어떠해야 함을 오늘날 아버지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로 전달한다.
아들의 독서 상태를 매번 점검하며 수준을 확인하고 더 잘하도록 격려하며, 위로하며 삶의 방향성을 바로잡아 주는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그 방향성이 자신만을 위해서 사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향하도록 하는 진실된 마음을 가지도록 가르치는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오늘 날 아버지됨에 대한 고민을 넌지시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바울과 디모데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영적 아비된 자로서 영적 아들에게 격려와 질책과 하나님 안에서 바로 서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리고, 올바른 지도자로서 서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울의 심정을 서신서에서 잘 살필 수 있다. 바울은 디모데의 멘토엿다. 멘토란 상대방보다 경험, 연륜 많은 사람으로서 상대방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그가 꿈과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전을 주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멘토는 멘토리를 진정한 인격으로 대해야 하고, 삶의 태도가 긍정적이며 마음이 열려 있어 멘토리의 견해를 잘 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멘토리의 달란트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바울은 바로 이러한 모습을 디모데와의 관계 속에서 잘 드러내 준다. 그 바울의 심정을 오늘 날 아버지 된 자들이 가져야 되지 않을까? 특히 신앙인으로 아버지 된 자들이 그 심정을 더욱 알아야 할 것이다. 정약용은 바로 이 멘토로서 자식들을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신앙을 가진 우리는 어떤 부모된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되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철저하게 실천한 것을 통하여 자식들에게 가르치며 어떻게 사는 것이 참다운 것이냐에 대한 철저한 고민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기를 자식들에게 경계하는 정약용의 모습이야 말로 오늘 날 아버지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것이다. 신앙인으로서 본받아야 한다. 믿음에서 벗어난 어떠한 것에도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자식들의 공부를 우선시해서 하나님 중심에서 벗어난 생활을 허용하는 자세에서 자식들이 배울 것은 하나님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세상에 있다라는 잘못된 신앙을 가르칠 수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정약용이 자식과 제자들에게 가르치고자 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였다. 그렇다면 나는 자식과 제자들에게 무엇을 주려고 하는가? 단순한 세상살이의 처세술만을 주입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그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고민되는 시간들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무엇을 통해 비전을 세우도록 할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