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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ㅣ 범우사상신서 9
E.H.CARR 지음, 김승일 옮김 / 범우사 / 1996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는 역사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6가지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답해 가고 있다. 도대체 어떤 것이 역사적 사실로 선택되는지에 대해서 역사가와 사실간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으며, 그 역사가를 만들어낸 사회와 개인인 역사가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가 과학과 도덕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역사는 과학과 유사한 속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역사에서의 인과관계에 대한 질문을 통해 역사적 사실이 어떤 기준에 의해 엮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서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하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진보와 맞물려 역사적 지평이 확대됨을 말해 주고 있다.
사실들이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역사가들이 어떻게 해석되는냐에 의해 결정된다. 역사가가 없는 사실이란 생명없는 무의미한 존재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역사가가 사실을 재구성할 때 마음속에서 자신의 경험적 증거를 가지고 과거를 재구성하게 된다. 경험적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을 선택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가가 문제에 접근하는 입장부터 파악해야 그 역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역사가의 그 입장은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근거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사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역사가는 존재할 수 없다. 역사가는 역사를 쓰기 시작하기 전에 이미 역사의 산물이다.
역사가들의 연구 방법과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연구방법이 유사하다. 그렇기에 역사를 과학이라 볼 수 있다. 역사가들이 진실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일반화를 통해 장래의 행동을 위한 정당하고도 유효한 일반적 지침을 얻는다. 역사는 일반화라는 바탕위에서 성장한다. 역사는 특수한 것과 일반적인 것과의 관계를 문제삼는다. 또한 과학자와 역사가의 목적은 동일하다. 인간과 환경에 대한 연구이다.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이해력과 지배력을 증대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역사가나 물리학자는 설명을 구하는 근본 목적에서나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답하는 근본절차에서 동일하다. ‘왜’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역사 연구는 원인을 연구하는 것이므로 역사가는 ‘왜’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역사가는 역사적으로 의임있는 인과의 연속을 배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역사가는 선택의 문제에 빠지게 된다. 역사란 역사적 의의라는 측면에서 행해지는 선택과정이다. 역사가는 다수의 인과관계 중에서 역사적으로 의의있는 것들을 빼내어 관계짓는 것이다.
이러한 틀을 배열하는 방식은 그 시대적 상황에 의해서 결정되며, 그것은 항상 변화한다. 즉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다. 역사를 정리하고 해석하는 과정 자체는 언제나 진보적이다. 과거에 대한 역사가의 해석도 중요한 것과 의미있는 것을 선택하는 일도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목표가 차츰 나타남에 따라 진보한다. 그러므로,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하는 과정이다.
결국, 역사란 무엇인가? 결론은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그 시대의 요구에 따라 역사가가 사실을 선택적으로 인과관계를 맺어 배열한 선택체계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역사해석에 있어 역사를 보는 사람의 안목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인간과 사실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역사가 해석된다고 했을 때, 개인의 차이에 따라 상이한 역사해석이 나타날 수 밖에 없음을 이 책을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절대적인 역사의 부정이라는 이 책의 명제는 나에게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여기서 살아가고 있는 이 사실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가치의 문제가 제기된다. 지금은 실재하는 시간과 공간인데, 절대적 역사를 부정하게 되면 지금 이 실재가 실재하지 않게 되는 모순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또한 역사적 사실을 선택하는 개인에 따라 상이한 역사적 체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면 민족간 서로의 역사를 바라보는 차이에 의해 많은 갈등도 야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한․일간의 관계도 서로가 상이한 역사적 사실의 선택으로 인해 전혀 다른 역사를 진실된 모습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의 저자가 과학적인 접근방법이 역사 연구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가설을 설정하고 그것이 유효함이 드러난다면, 그 유효한 근거는 어차피 선택적 근거의 문제들일 수 밖에 없다. 그럴 때, 여전히 이 문제점은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