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낭만적 은둔의 기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외 지음, 재커리 시거 엮음, 박산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에는 '예술가, 활동가, 종교인 등 여러 작가가 혼자라는 것의 의미, 고독을 추구하길 바라는 이유, 고독과 사교의 균형을 잡는 방법, 충만한 삶을 위해 어느 정도의 고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깊이 반추'한 글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선집에는 여러 역사적 인물들이 겪고 쓴 고독한 생활을 이해하는 방식과 고독이 베푸는 혜택을 권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시 , 에세이, 자서전적인 글과 단편소설 형식의 다양한 작품은 우리에게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과 심오한 내면의 삶을 즐길 방법을 가르쳐줄 것이다. 그리고 고독한 현실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중략) 무엇보다, 이들은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 자신과 연결될 방법을 보여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 주위를 둘러싼 타인들과 의미 있게 연결되는 법도 가르쳐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독은 항상 내면과 외면에 집중하는 동시에 자신과 타인을 향한다. 외로움의 치료제란 결국 고독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엮은이 서문 중에서_P.12~13

 

《월든》으로 익히 잘 알려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독>을 시작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장 자크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 새뮤얼 존슨의 <바람직하지 않은 고독>까지 전문 혹은 일부를 발췌한 글들을 읽다 보면, '고독'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상념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각장의 서두에는 작가의 프로필과 함께 짤막한 작품 해설이 실려 있어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호수의 잔잔한 물을 바라보며, 자연을 벗삼아 산책을 나서는 길은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군중 속에 있어도 외로울 때가 종종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혼자 있는 사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걸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가야할 곳이 어딘지, 내 안의 나는 어떤 모습인지를 점차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겠지요. 고독은 고독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히기를 거부한다는 것은,

어쩌면 신이 내린 자비로운 은총일지도 모르겠다.

에드거 앨런 포_<군중 속의 사람>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_ P.96

 

에드거 앨런 포의 <군중 속의 사람>은 군중 속에 머무는 허름한 노인을 따라다니며 노인을 탐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들키지 않도록 애쓴 것도 무색하게 이튿 날 정면으로 노인을 들여다 봤지만 자신을 미행했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꼬박 이틀을 따라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행동이 가진 의미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읽히기를 거부한다는 것, 그 자비로운 은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포커페이스와는 거리가 먼 저로서는 군중 속에서 부대끼며 여러 나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노인에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영혼이 머무는 곳이야말로 고독이 끝나지 않는 곳이라니.. 내 영혼은 어디에 머물고 있을지 스스로를 되짚어 봅니다. 고독의 공간 속에 침잠해 있다가 뭍으로 올라오는 순간은 마치 실제로 아래로 잠수했다가 이제 막 떠오른 잠수부처럼 벅찬 숨을 쉴 것 같아요. 오롯이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고독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비록 1평짜리 방이라 해도-.

세상이 자네에 대해 하는 말에 개의치 말고 자신에 대해 자네가 하는 말에 신경 쓰게. 자네의 영혼을 다스리면서, 거기에 일정한 선을 그을 줄 알고, 자네가 누리는 진정한 축복을 전적으로 이해해야 하네. 그런 축복을 더 많이 즐길수록, 그걸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명성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도, 더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사라질 걸세.

미셀 드 몽테뉴_<고독에 대하여> /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_P.114

 

나를 둘러싼 세상이 아무리 나에 대해 떠든다고 해도 나의 영혼을 다스리면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으려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가장 어려우면서도 꼭 필요한 일일 텐데 늘 내가 아닌 남의 목소리에 자꾸 팔랑귀가 되기도 해요. 나를 제일 걱정하고 아끼고 염려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일 테니,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평온하며 차분하고 한정된 세계가 루이자에겐 타고난 권리가 된 지 오래였다. 루이자는 마치 묵주에 달린 진주들처럼 알알이 길게 꿰어 있는 미래의 나날들을 바라봤다. 진주알 하나하나가 모두 매끄럽고 완벽하고 순수했으며, 그녀의 가슴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벅차올랐다. 창문 밖은 뜨거운 여름 오후의 열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중략) 루이자는 조용히 앉아 마치 수도원에서 해방된 수녀가 기도하는 것처럼 자신의 남아 있는 나날을 헤아려 보았다.

메리 E. 윌킨스 프리먼_ <뉴잉글랜드 수녀> /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_P.146

 

'수도원에서 해방된 수녀가 기도하는 것처럼 자신의 남아 있는 나날을 헤아려 보'는 루이자의 모습에 긴 여운이 남습니다. 살아온 시간 속에 자기만의 삶의 루틴이 생긴 다음에는 새로운 누군가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그게 비록 함께하기 위해 수년을 기다려온 사람일지라도 말예요. 

 

가련하고 의존적이며 불완적인 행복이 아니라 완벽하고 마음에 꽉 차서 그 어떤 바람이나 공허함이 남지 않은 그런 상태가 진정한 행복이다.

장 자크 루소_《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_P.169

 

그 어떤 바람이나 공허함이 남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은 여전히 제게는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모든 게 나로부터 빚어진다는 거지요. 온갖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인생이지만, 내 안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오롯이 혼자임을 느낄 때 찾아오는 충만한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외롭지 않은 고독을 느껴볼 시간입니다. 


#인플루엔셜 #어떤고독은외롭지않다 #우리가사랑한작가_낭만적은둔의기술 #재커리시거엮음 #헨리데이비드소로 #버지니아울프 #에밀리디킨슨 #서평단 #온담캘리 #온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