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파라다이스 - 2025 볼로냐 아동도서전 어메이징 북쉘프 인생그림책 22
김경휴 지음, 배유정 그림 / 길벗어린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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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 그 누구도 자신이 태어날 곳을 정해서 세상에 나올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종종 잘못된 장소나 조금 다른 종족들 사이에 혼자만 이방인같은 모습으로 던져지곤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오리너구리, 여유개구리, 토끼당나귀, 고래상어 역시 자신들의 고향에서 돌연변이 취급을 받으면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그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판매하는 곳조차 없다. 분명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인데, 번번히 구인면접에서도 떨어지고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불편함을 감내하며 지내고 있다. 어느날 고래상어로부터 바다 건너 파라다이스 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오리너구리는 망망대해에서 몇날며칠을 표류하면서도 무섭기는 커녕 자신과 같은 부류의 종족들이 살고 있는 '그 섬'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진짜 파라다이스 섬에는 코끼리고양이, 사자돼지 등 낯설지만 자신들과 같이 개성 있는 동물들로 가득했고, 모두가 하나같이 멋진 의상을 입고 있었다. 당장 옷 가게로 달려간 오리너구리는 그곳에서 오리도마뱀을 만나 결혼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그 둘 사이에서 '오리'가 태어나자 또다시 근심하기 시작한다.
오리너구리가 자신의 고향에서 이방인이었듯, 파라다이스 섬에서는 자신의 아이인 '오리'가 이방인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수근대기 시작했고, 아이가 자신과 같은 상처를 받게 될까봐 걱정됐다. 결국 오리너구리는 아내, 아이를 데리고 친구 고래상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가족이라는 자신만의 진짜 파라다이스를 찾은 오리너구리에게 고향은 더이상 무서운 곳이 아니다. 시내에 의상실을 차린 오리 가족은 생김새와 상관없이 의상실을 찾아오는 모든 손님에게 각자 어울리는 옷을 만들어준다.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뿐만 아니라 그 긍정 에너지로 사람들을 변화 시켜 나가는 오리너구리의 모습에서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떠올려본다.

항상 파격적이고 컬러풀한 그림들로 눈을 즐겁게 해주는 배유정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한다. 거기에 김경휴작가님의 글이 만나니, 전작 '밤버스'에서 느꼈던 여행의 불안감은 사라지고, 함께여서 의지도 되고 두 배로 행복해지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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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송태욱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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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어머니가 죽었다. 그럼 언니 나쓰키와 나 미쓰키가 나눠가질 수 있는 유산은 얼마쯤 될까?"

부모의 죽음에 '드디어'라는 단어를 쓰고, 그 죽음 앞에 슬퍼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떨어질 유산에 대해 궁금해하는 자식이라니! 이 얼마나 패륜아적 전개인가?!!

그런데 막상 그들 가족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 갈수록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듯 했다. 게이샤 출신으로 자신을 '이수일과 심순애'의 심순애의 실존인물로 착각하며 평생을 허상만 쫓다간 할머니를 한심하게 생각하며 무시하고 멸시하던 어머니. 어릴적부터 늘 상류사회를 동경하고 꿈꾸며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한 어머니.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자 자신을 닮은 큰 딸 나쓰키를 통해 신분 상승을 꿈 꾸며 미모나 재능면에서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는 딸 미쓰키를 철저하게 차별했던 어머니. 나이 먹고 병 들어 거동도 힘들어진 남편이 요양병원에 들어갔는데 돌볼 생각도 없이 딸들에게 떠넘기고 젋은 남자와 바람을 핀 어머니. 딸들의 고통과 상처와 아픔은 외면한 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자신만을 떠받들게 하며 생을 마감한 어머니였다.

그 누구보다 그런 어머니를 향한 서운함과 원망이 컸던 미쓰키지만, 그 마음은 속으로 삼킨 채 어머니의 기쁨과 안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머니를 향한 분노로 빨리 죽기를 바랐던 마음조차도 꺼져가는 불꽃처럼 하루하루 병들어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그만 물리적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런 어머니가 죽은 것이다. 드. 디. 어.

미쓰키는 그동안 미뤄왔던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예기치 않게 어머니가 남긴 진짜 '유산'을 마주한다. 결코 적지 않은 어머니의 유산과 이혼으로 남편에게 받게 될 위자료. 몸이 여의치 않으니 대학에서 하고 있는 강의는 그만 두더라도 특허 관련 번역일까지 한다면 그럭저럭 살아갈만 하다는 결론이 났다. 그러나 곧바로 왜? 무엇을 위해서? 라는 질문이 이어지고, 이쯤에서 모든 것을 그만 둘 결심을 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이 아니 엄청난 어머니의 유산 덕분에 미쓰키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게 된다.

어이없다가 안쓰럽고, 화가 나다가 공감 되기도 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부러워져버린 '미쓰키'와 그의 언니 '나쓰키'의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해 본다. 이제라도 그들이 꽃길만 걷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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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쪽.
"그건 여자의 꿈 이야기야. 너는 신데렐라야, 우리 세대의."
"이게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그렇지."
"백마 탄 왕자도 없이?"
"그게 특별한 점이지. 오십대에 어머니만이 아니라 남편까지 없어지고, 금화가 지천인 큰 부자니까. 다른 여자가 들으면 화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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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여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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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소설인줄 알았더니 로맨스소설이었던 이야기!

모든 것은 출판사의 실수에서 시작됐다.
‘천사들의 동행’, ‘천사의 기억’ 등 톰 보이드의 ‘천사 3부작’ 중 두 편이 이미 전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으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권 디럭스 에디션 10만 부가 절반쯤 백지상태로 만들어진 것이다.
톰의 오랜 절친이자 출판 에이전트인 밀로는 이미 6개월째 시련의 아픔을 술과 약으로 달래며 두문분출하던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낼 시도를 했고, 그 때 파본 10만부 중 한 권을 톰의 집에 두고 왔다.
그 날 밤 휘몰아치던 폭풍우와 함께 톰의 집에 흠뻑 젖은 알몸으로 한 여자가 나타난다. 자신이 톰의 소설 속 여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여자 ‘빌리’. 여자의 말을 믿을 수도 없고, 파탄 나버린 자신의 인생에 그녀를 받아줄 여유도 없는 톰. 사실 그는 전작의 성공으로 아직 쓰지도 않은 천사 시리즈 3권의 판권까지 출판사와 계약을 마친 상태지만, 전 연인 ‘피아니스트 오로르’르와 헤어진 이후로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그런 톰에게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오직 나머지 소설을 쓰는 방법 뿐이라고 재촉하는 ‘빌리’. 이 둘은 각각 자신들의 원래 자리인 베스트셀러 작가와 책 속 주인공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험한 동행을 시작하게 된다.

소설이니 그럴 수 있다 믿었고, 수영장에서 쓰러진 빌리가 잉크를 토해냈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철썩같이 믿었던 기욤 뮈소 작가님한테 제대로 뒷통수를 맞았지만 오랜만에 ‘그리고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고전적인 행복한 결말을 보게 돼서 덩달아 행복해지고 말았다. 10년도 더 된 작품이 새단장을 하고 우리 앞에 다시 나왔는데도, 어디 하나 촌스러운 느낌 없이 여전히 사랑스럽고 멋지다. 시간나는대로 그 시절 젊은 청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우리집 책장 속 먼지 쌓인 그의 작품들을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다.

#종이여자 #기욤뮈소 #전미연옮김 #밝은세상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출판사서평 #서평이벤트 #10년만에재출간 #베스트셀러 #로맨스소설 #판타지소설 #프랑스소설 #소설추천 #힐링소설 #프리티우먼 #여전히사랑스러운그녀 #천사3부작읽어보고싶다 #캐롤빼놔서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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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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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서양적인 SF와 지극히 한국적인 민간신화가 만나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 가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계 최초 휴고상에 노미네이트 돼 주목받고 있는 이윤하 작가의 신작 '호랑이가 눈뜰 때' 이야기다.

‘천 개의 세계’에는 인간과 호랑이, 용, 이무기, 구미호, 천인, 고블린(도깨비) 등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다. 열 세 살 ‘세빈’은 용맹하고 영리하기로 명망 높은 용기 세계 주황 부족 출신의 호랑이령으로, 언젠가 환 삼촌처럼 우주전함 선장이 되는 게 꿈이었다.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된 날, ‘우주군’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은 세빈은 동시에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환 삼촌’이 우주군의 반역자로 쫓기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우주군에 첫 발을 내딛은 날, 생도로써 받아야할 사전 훈련도 없이 곧바로 우주선 ‘해태호’에 오르게 되고 심지어 알지 못할 적으로부터 우주선이 공격받아 위기를 맞게 된다.
급기야 함께 우주선에 오른 ‘백 지(사람)’, 선배 ‘유나(천인)’, 남규(이무기) 생도들과 고립되고만 ‘세빈’은 각각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사태파악에 나선다. 그 과정에 세빈과 함께 탑승했던 조사관 ‘이’와 그의 조수 ‘민(구미호)’을 다시 만나게 되지만,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해태호에 나타난 적이 그토록 동경하고 믿어왔던 ‘환 삼촌’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삼촌의 편에 서면서도 세빈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부족에서는 마냥 어린아이 취급만 당하던 ‘주황 세빈’이 위기를 만나 성장해가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종종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실수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며 어른이 되는 것처럼, ‘세빈’ 역시 우여곡절을 겪지만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향해 나아간다.

‘호랑이’와 ‘구미호’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이야기를 SF로 풀어내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해내는 이윤하 작가 특유의 상상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미 디즈니+ 시리즈 영상화가 확정된 작품을 소설Y클럽을 통해 ‘정식출간 전 ‘대본집’을 읽어 볼 수 있어서 설레는 시간이었다. 글이 영상화되는 것은 또 전혀 다른 작품이 되는 것이라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

#호랑이가눈뜰때 #이윤하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소설Y클럽대본집08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SF #한국신화 #SF와한국신화의만남 #K판타지 #페이지터 #호랑이 #구미호 #액션과모험 #성장소설 #디즈니플러스영상화확정 #캐스팅너무궁금 #사람이아닌모습어떻게구현해낼지도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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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방 나비클럽 소설선
홍선주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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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끔찍한 일을 당했다. 살해 당했다. 범인은 얼마전부터 갑자기 약을 끊은 조현병 환자였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사이코패스였다. 불행한 어린시절을 겪으면서, 누군가에게 학대받으면서 소시오패스가 되었다더라."
분명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아니 분명 가해자가 있는데도, 피해자들이 온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책임을 물 수 있는 가해자가 없다. 아파서, 가해자 역시 한때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어서 그 트라우마로 그랬단다. 그러니 안타깝지만 참으란다. 여기까지가 최선이란다.
말도 안되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양산한 사회 구조와 나라를 탓해보지만, 어딘지 깔끔하지 않고 매번 답답함만 남는다. 그 어느 순간에도 아무 이유없이 다치고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이들에게 '오케이, 여기까지!'라니.

그런 의미에서 홍선주 작가님의 이야기는 우리가 내내 마음에 담아두고 차마 못 꺼내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해내면서, 답답했던 부분을 일정부분 해소시켜 준다.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을 다시 되돌려주기도 하고, 사랑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마침내 자신의 성공에 도취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조직에 전혀 동화되지 못하고 잘못된 신념으로 스스로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무대포신입사원과 거기에 약간의 양념을 쳐주는 선배 이야기는 요즘 직장생활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환청'을 듣는다든지 '환영'이라는 흔한 소재를 한 작품조차도 그동안 우리가 알던 시점을180도 뒤집어 표현함으로써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다섯 편의 작품 중 '푸른 수염의 방'과 '최고의 인생 모토'를 통해서 꽉 막힌 속이 좀 트이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꼈고, '연모'는 다른 듯 비슷한 두 사람이 만나 결국은 서로를 위해, 세상을 위해 잘 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책으로 묶인 단편들이 이렇게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쓰여진 것을 보니 작가님의 내공이 장난 아닌 듯 한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혼자 '작가님과 1일'을 외쳐본다. 홍선주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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