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방 나비클럽 소설선
홍선주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끔찍한 일을 당했다. 살해 당했다. 범인은 얼마전부터 갑자기 약을 끊은 조현병 환자였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사이코패스였다. 불행한 어린시절을 겪으면서, 누군가에게 학대받으면서 소시오패스가 되었다더라."
분명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아니 분명 가해자가 있는데도, 피해자들이 온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책임을 물 수 있는 가해자가 없다. 아파서, 가해자 역시 한때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어서 그 트라우마로 그랬단다. 그러니 안타깝지만 참으란다. 여기까지가 최선이란다.
말도 안되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양산한 사회 구조와 나라를 탓해보지만, 어딘지 깔끔하지 않고 매번 답답함만 남는다. 그 어느 순간에도 아무 이유없이 다치고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이들에게 '오케이, 여기까지!'라니.

그런 의미에서 홍선주 작가님의 이야기는 우리가 내내 마음에 담아두고 차마 못 꺼내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해내면서, 답답했던 부분을 일정부분 해소시켜 준다.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을 다시 되돌려주기도 하고, 사랑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마침내 자신의 성공에 도취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조직에 전혀 동화되지 못하고 잘못된 신념으로 스스로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무대포신입사원과 거기에 약간의 양념을 쳐주는 선배 이야기는 요즘 직장생활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환청'을 듣는다든지 '환영'이라는 흔한 소재를 한 작품조차도 그동안 우리가 알던 시점을180도 뒤집어 표현함으로써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다섯 편의 작품 중 '푸른 수염의 방'과 '최고의 인생 모토'를 통해서 꽉 막힌 속이 좀 트이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꼈고, '연모'는 다른 듯 비슷한 두 사람이 만나 결국은 서로를 위해, 세상을 위해 잘 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책으로 묶인 단편들이 이렇게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쓰여진 것을 보니 작가님의 내공이 장난 아닌 듯 한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혼자 '작가님과 1일'을 외쳐본다. 홍선주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푸른수염의방 #홍선주 #나비클럽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한번시작하면뒷이야기궁금해서못참아요 #미스터리 #SF #스릴러 #가족비극 #상처 #조현병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꼬인인생풀기쉽지않네요 #홍성주라는장르 #이름이곧장르가된다 #딸들아아무나만나고다니면안된다 #멀쩡한남자일수록다시보자 #근데멀쩡한남자찾기도어렵 #딸만둘인데세상이너무무서워요 #재밌는데뭐라설명할방법이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