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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 - 역사학자 홉스봄이 바라본 재즈의 삶과 죽음
에릭 홉스봄 지음, 황덕호 옮김 / 포노(PHONO) / 2014년 7월
평점 :
“재즈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미국 남부 뉴올리안즈 일대의 흑인 및 크리오울(Creole, 흑인과 프랑스인의 혼혈) 사이에 연주되고 형성된 춤이나 퍼레이드를 위한 음악에 대해 1914년경 jass 또는 jas, jaz, jazz 등의 명칭으로 불린 것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재즈란 곡의 형식이나 곡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연주 스타일 및 연주 그 자체에 대한
호칭이란 것에 그 본질이 있다고 할 것이다. 재즈 연주를 목적으로 작곡된 명곡은 적지 않지만, 아무리 재즈의 명곡이라 하더라도, 연주자에게 재즈의 감각과 표현력이 없다면 그 연주는 재즈와 거리가 먼 것이 되고 말
것이다. 클래식의 경우에는 작곡된 곡이 항상 촛점이 되지만, 재즈는 연주자가 항상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재즈를 듣는 사람은 곡을 듣기보다는 연주 그 자체가 감상의 대상이 되고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재즈 [jazz] (파퓰러음악용어사전 & 클래식음악용어사전, 2002.1.28, 삼호뮤직)
위 글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재즈에 대한 정의이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재즈를 잘 모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음악을 듣는 것은 좋아 하지만 그 장르를 구분해 들을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강하다. 왠지 지식으로라도 알고 있어야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것 같다는 열등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읽고 싶었다.
재즈에 관한 역사와 의미를 제대로 학문적 영역에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은 세계적인 역사학자 고 ‘에릭 홉스봄이 바라본 재즈의 삶과 죽음’을 부재로 한 책으로, 고 에릭 홉스봄의 저서 <비범한 사람들> 중 제 4장인 ‘재즈’만을 따로 떼어내 우리글로 옮긴 것이다고 한다.
총 2부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4개 장에서는 20세기 초반 재즈의 전설들 4명에 대한 글들의 서평을 통해 전설들을 이야기한다. 2부 3개 장에서는 미국에서 시작된 재즈가 어떻게 유럽으로 넘어갔으며, 재즈가 어떻게 쇠퇴해 갔으며, 그리고 1960년 이후에 어떻게 재즈가 다시 살아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재즈를 단순히 음악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 아니라 재즈가 형성되고 발전하고 전파되고
쇠퇴하게 된 과정을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설명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 문화, 과학의 전반적인 토대가 만들어지지 않았었다면 4명의 전설들도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끝났을 것이라 말한다.
“재즈의 역사는 옛 미국 남부로부터 대규모 이주의 일부분이며 심리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방랑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 P. 25.
“재즈에 관한 토론은, 현대 자본주의 속에서 벌어진 모든 사회 현상에 관한 역사적 분석과 마찬가지로 과학기술 그리고
사업과 함께 출발해야 한다.” - P. 104.
“재즈는 모름지기 미국 뉴딜 급진주의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 발전했고 그 안에는 재즈뿐만이 아니라
블루스, 포크 음악 그리고 공산주의가 중심 세력이지만 주변에는 무정부주의까지도 포함된 극좌 운동과의 강력한
연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재즈와 블루스는 세 가지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민중의 음악’이다. 우선 민속적인 뿌리를 두고 있고 대중에게 매력을 지닌 음악이며, 음악적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음악들과는 달리 보통 사람들이 연습하고 스스로 완성해 낼 수 있는
음악이고, 마지막으로 저항, 시위, 집단적인 기념 행사에 어울리는 음악이라는 점이다.” - P. 118~119.
처음 재즈의 정의에서 말하는 것처럼 재즈는 미국 흑인, 즉 가장 하층민의 음악에서 시작된 연주형식의 음악이었고, 이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연주자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악보나 정해진 규칙없이 즉흥적인
연주의 형식으로 존재한 음악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특성이 저항이나 시위, 혁명 등의 사회적 흐름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현재는 과거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악보나 어느 정도의
규칙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소박한 희망을 지닌 직업 연예인들의 음악이었으며 서민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밤의 사람들의
공동체에서 만들어진 음악이었다. 재즈는 실내악처럼 ‘예술’로 여겨지지 않으며 ‘예술’로 취급되었다고 해서 돈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아울러 재즈 음악인들이 스스로 또 다른 아방가르드의 하나가 되었을 때 고급 예술이 그랬던 것만큼
길을 잃고 헤매는 경향을 보였다. 음악에 대한 재즈의 중요한 기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 P. 65~66.
이 책을 통해 재즈에 대한 전체적인 흥망성쇠의 흐름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나를 포함하여 재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읽고 이해하기엔 조금은 어려운 내용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읽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재즈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재즈를 즐겨 듣게 되지도 않겠지만, 최소한 재즈가 어떤 음악이고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홉스봄은 <재즈 동네>에서 재즈가 민중들에 의해 만들어진, 그들의 정서를 담은 음악이며 그것이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하나의 독자적인 예술로 생존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음악의 가치를 인정하고 진지하게 대했던 소수의 재즈 팬들의 열정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사실을 정연한 논리와 풍부한 자료를 통해
주장했다.” - P. 176~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