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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탄생 - 선에 대한 끝없는 투쟁
폴 카루스 지음, 이지현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8월
평점 :
선과 악은 인류가 존재하고, 사고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내려오는 끊임없는 논란의 주인공들일 것이다. 때로는 종교적인 이유로, 때로는 철학적인 또는 도덕적인 이유로.
인류에게 악은 언제나 두려운 존재였다.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
악은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자연현상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는 존재로, 이성과 과학이 발달한 이후에는 인간의 도덕성을 무너뜨려 파멸의 길로 인도하는 사탄과 악마의 존재로 표현되었다.
신만큼이나 악마도 인류의 삶속에서 다양하게 변화되면서 오랫동안 함께 해 온 것이다.
“종교는 언제나 공포로 시작된다. 그래서 미개인들의 종교를 ‘악에 대한 공포와 그 악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으로 정의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문명화된 나라에서는 악에 대한 공포가 더 이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다.” - P. 29~30.
<악마의 탄생 – 선에 대한 끝없는 투쟁>은 인류 역사에서 나타나는 악 또는 악마, 사탄의 이야기들을 모아 분석한 책으로, 고대에서부터의 근대까지의 악마에 대한 다양한 인류의 유물들을 보여주면서 악마가 지니고 있는 매력에 대해 설명한다.
악이 있기에 선도 있고, 악마가 있기에 신도 존재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악마는 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새로운 모험으로 악마가 있었기에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류의 종교는 자연의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악마를 숭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즉, 인류는 먼저 믿고 따른 것은 신이 아니라 악마가 먼저였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인간이 이성이 점점 더 발달하면서 종교에서도 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게 되었으며, 현재와 같이 악마는 신의 대척점에 서 있는, 신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조연으로 그 역할이 줄어줄었다고 이야기한다.
“악마란, 인간의 노력에 대한 일체의 저항을 말한다. 저항이 없다면 진보는 이루어질 수 없기에, 마찬가지로 악이 없으면 선도 없다. 카루스는 신과 악마를 상대적인 용어로 이해하면서, “선은 악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고, 신은 악마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 P. 7.
“자연은 우리 감정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쾌락이 되기도 하고 고통이 되기도 한다. 자연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다른 것에서 쾌락을 찾는 사람은 파멸하고 만다. 당신의 의견이 무엇이든지 간에, 옳고 그름,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기준이 쾌락이나 고통의 양이 많고 적음에 있지 않고, 당신의 행동이 우주질서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P. 498.
과학이 절대진리로서의 대접을 받던 시기에 저술된 이 책은, 동시대의 다른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증명을 중시하며, 신을 절대불변의 자연법칙으로 대신한다. 또한 객관적인 비교를 통해 전세계인의 종교인 기독교의 신과 악마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당시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이 책은 현재의 기독교인들에게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기독교에서 절대진리로 말하고 따르는 많은 내용과 형식들이 실제는 고대의 다른 종교들에서도 동일하게 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며, 기독교가 이를 차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여러 종교 중의 하나일뿐임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악마의 탄생>은 놀랄 만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서 독자에게 악마 사상의 보편성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카루스는 악마 사상이 신에 대한 사상과 나란히 발전되었음을 보여준다. 악마 역시 신과 똑같이 인간 경험의 실재적인 부분을 상징하고, 양자 모두 제도화되고 인격화된 존재들이다. 신과 악마는 인간의 마음이 창조해 낸 것이지만, 악마가 단순히 악의 상징일뿐이라고 해서 악이 덜 실재적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 P. 6.
이 책은 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낯선 용어와 이름들 때문일 수도 있고, 인간이 기피하는 악마에 관한 이야기이기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재미없는 책도 아니다.
종교 또는 신과 악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자가 진화론으로 전세계를 강타한 과학만능주의가 시작되던 시대의 인물이기에 모든 것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실 과학이 완벽한 것이 아니다. 과학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만 성립하는 조건진리임을 인정한다면 저자의 주장 또한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극히 주관적인 주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종교 또한 무조건적으로 믿으라고만 하는 지금과 같은 맹목적 신앙의 강요를 벗어나야만이 지금보다 더 성숙한 종교 본연의 의무를 다할 수 있을 것이다.
“폴 카루스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삽화들을 모으고 정리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매혹적인 삽화들에 마음을 빼앗기기 전에, 먼저 폴 카루스가 악마의 존재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무신론자라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 그의 주장을 대해주기를 바란다. 폴 카루스는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종교를 상대로 과학자들이 역설교를 펼치던, 바로 그 세기의 전환기에 집필을 하면서 과학과 종교 모두가 진보할 수 있는 중간의 길을 모색하는 데 힘을 쏟았다.” - 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