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라면이 세상에 나온지는 다른 음식들에 비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은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중에 하나가 되었다.

짧은 시간에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는 아마도 조리의 간폄함이 가장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입맛에 따라 야채나 식재료의 첨가를 통해 다양하게 맛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또한 이유가 될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아 마음놓고 먹을 수 없는 이들도 있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라면이 이룬 성공 신화의 비밀은 무엇일까. 라면의 최대 미덕은 조리의 간편함이다. 가스레인지 불을 켤 줄만 알아도 조리가 가능한 라면은 대부분의 한국인이 생애 최초로 시도해보는 요리이다.... 조리의 유연성도 라면 성공 신화의 중요한 요인이다. 세계화에 성공한 로컬푸드의 공통점은 바로 조리의 유연성이다.... 라면은 지역에 따라 개인 취향에 따라 조리법과 부가 재료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유연한 음식이다.” - P. 253~258.

 

이런 라면이 사실 모든 정크식품의 대표로 욕을 먹고 있다.

높은 칼로리와 나트륨, 그리고 각종 합성첨가물, 특히 MSG 덩어리란 오해를 받으면서 먹는 것을 자제해야만 할 식품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한끼 식사로서의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았던 라면이 이제는 몸을 망가뜨리는 피해야 할 음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참 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는 일본인 저자가 기록한 삼양식품 전중윤 회장과 일본 묘조식품 오쿠이 기요스미 사장의 라면으로 연결된 인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직 서로가 나눈 진심만으로 자신의 제조 노하우와 설비를 저렴하게 공급해 주었던 오쿠이 기요스미 사장이나 얼마든지 다른 사업으로 더 성공할 수 있었음에도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해결해 주고픈 일심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라면기술을 익혀온 전중윤 회장의 이야기는, 모든 것을 돈으로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현대의 우리에게 가슴 따뜻한 무엇인가를 전해준다.

 

국제관계가 전례없이 복잡 미묘하여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요즘, 반세기전 라면이라는 맛있는 음식을 매개로 일본과 한국 두 나라 사이에 이어져온 돈독한 관계와 뜻 깊은 일들이 앞으로 두 나라의 미래를 인도하는 나침반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 P. 17~18.

 

이탈리아가 전해준 스파게티 제조기술은 한 가닥의 면이 두 나라 사람들을 이어준 우의의 증거가 되었다. 라면 제조기술 역시 이윤을 낳아줄 비밀병기라는 비정한 갑옷을 벗어던지는 순간, 증오와 불신을 온정으로 바꾸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먹는다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행위에 이어, 끝없이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과 사람의 강인한 의지가 만들어낸 끈이었다.” - P. 219.

 

이 책은 매일 또는 매주 먹으면서도 잘 몰랐던 라면의 역사와 거기에 담긴 창업주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안타깝게도 국민들에게 나름 영양분이 충분한 한끼 식사를 만들어주고픈 마음으로 창업하여 발전했던 회사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또는 어떤 권력의 힘에 의해서인지 오해를 받고 고발을 당하는 어려움을 겪고 사세가 꺾인 것이 아쉬울 뿐이다.

먹을거리가 귀했던 시절, 밤 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했던 힘든 노동자들에게 뱃속의 따뜻함을 주었던 라면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다.

왠지 오늘 밤에도 라면이 먹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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