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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 물론 당시엔 국민학교로 불렸지만 – 에 우리 집에도 위인전집이 있었다. 세계 문학 전집과 한국사이야기 시리즈도 있었다.
당시엔 읽을 거리도 볼 거리도 그리 많지 않았기에 시리즈 전체를 다 보았던 것
같다.
학교공부는 하기 싫어도 그런 책을 읽는 것에 재미를 붙여서 일 수도 있겠지만, 딱히 시간을 떼울 소일거리가 없어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특히 한국사 시리즈는 머릿속에서 두고두고 써먹는 좋은 공부가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위인전 속의 위인들은 말 그대로 위대한 인물들이다.
그들은 태어날때부터 뭔가 색다르거나 커가는 과정에서 남들과는 뭔가 다른 선택과 행동을
한다. 그런 선택과 행동이 그들이 위인이 될 수 밖에 없었음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래서 어린 눈에 비친 그들은 나와는 뭔가 다른 세상의 - 이미 과거의 인물들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 인물들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좁게는 한 민족과 나라를 위해, 넓게는 인류를 위해 커다란 업적을 세운 이들임에는 틀림없기에 그들이 위인이라 불리웠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업적이 그들의 삶과 인격과 동일하진 않지만 - 그것은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긴 하지만 - 어린 눈에는 그들의 업적은 그들의 인격과 동일시 되어 이해되었다.
“이분법적 사고와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는 것은 쉽고 편하지만, 그래서 위험하다. 그 잣대가 세상을 제대로 가늠하지도 못하거니와 균형을 상실한 배가 전복되듯, 그로 인한 오판과 오류가 개인이나 사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 P. 164.
<찌질한 위인전>에서 저자는 총 11명의 인물을 소개한다. 저자가 뽑은 9명의 위인과 특별히 선택한 외전 2인(파울 괴벨스, 달빛요정역적만루홈런).
저자는 스스로 제목부터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위인인데 어떻게 찌질하다는 말을 붙일 수 있는지, 찌질한데 어떻게 위인이 될 수 있는지를.
저자는 위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사람이라면 신처럼 완벽할 수 없고, 그렇다면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하고, 편견과 선입견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바탕에서 다시 위인들을 이야기한다.
거기에 위인이라고 하기에는 뭐한 두명의 인물을 추가한다.
한명은 위인이 아닌 세계의 악인을, 한명은 우리와 동시대를 살다간 평범한 음악인을.
그들을 통해 현대의 위인이라는 기준을 다시 제시한다.
어쩌면 저자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위인이라는 개념의 선입견과 무의식적인 받아들임 그
자체를 깨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들도 고통과 슬픔속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는 우리와 같은 한명의 사람이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반복되는 찌질함의 굴레가 깊게 패인 구렁텅이라고 한다면, 어쩌면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사다리 또한 그 구렁텅이 맨 밑바닥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P. 90.
“혼란을 겪는다는 것, 고통을 감내한다는 것은 분명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균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파도가 잔잔해질 때까지 버티고, 기다려야만 한다. 파도를 극복한다는 것은, 파도를 강제로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전복되지 않고 버텨내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파도가 잔잔해졌을 때,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했던 우리의 경험은 우리가 항해를 멈추지 않는 한 우리를 지켜내는 데 쓰일
것이다.” - P. 188~189.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우리는 더 찌질해질 수도, 덜 찌질해질 수도 있다. 불안이 우리의 영혼을 잠식할 수도 있지만, 불안이라는 계단 없이는 우리가 더 나은 곳으로 올라갈 수도 없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 P. 249.
더 이상 위인이라는 개념으로 그의 삶과 인격까지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생각한다.
위인이기에 모든 것이 인정되고 가르쳐지고 받아들여지는 그 과정 자체도 문제라
생각한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도 완벽한 인간을 찾는다.
그리고 내가 못하는 것을 성취하는 이들을 완벽이라는 틀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모두가 위인이자 영웅임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위인임을 말한다.
“내가 제멋대로 써내려가는 외전으로 달빛요정을 소개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달빛요정이 위인일 수 있다면, 우리 모두 또한 위인이기 때문이다. 익히 잘 알려진 위인전 속 인물들 또한 처음부터 위인이 되기 위해 삶을 살아갔던 것은
아니잖은가.” - P.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