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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 1년 넘게 여자로 살아본 한 남자의 여자사람 보고서
크리스티안 자이델 지음, 배명자 옮김 / 지식너머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나머지 절반은 남성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속에서 여성은 항상 보조자로서의 역할만이 주어져왔다면 과장된
말일까?
특히나 고대의 유럽뿐만 아니라 기독교적인 유일신 세계관이 자리를 잡은 이후의 서양과 성리학이 주를
이룬 한중일의 동양까지도 모두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 내지는 남성을 위해 존재하는 존재로만 여겨져왔을 뿐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기독교의 영향 아래에서는 여성은 아담의 갈비뼈에서 나온 뭔가 부족한 존재이자 인류 원죄의
원흉으로까지 지탄을 받아왔다.
“나는 여장을 하고 여자의 삶을 모호하게나마 느끼고자 하면서 비로소 몇 가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내가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척 허세를 떨었던 남자였을 때, 실제로 나는 여자에 대해 얼마나 무식했던가. 얼마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여자들에 대해 말했던가.” - P. 168.
여성의 지위는 근대 이후 현대에 들어서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또는 열린 지도자들의 노력으로
많이 회복되었다고들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인 현재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많은 차별을 경험해야 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특히 사회생활에서의 여성은 극심한 차별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얼마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중 우리나라의 유리천장지수가 가장 높다고 했다.
이 말은 동일한 노력과 실력으로도 여성은 더 높은 지위와 대우를 받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남성우월의 사고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머릿속에도 깊이
세겨져 있는 커다란 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도로 발달한 우리의 문화와 자유가 끊임없이 남녀평등을 위해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고리타분한 옛날 규칙에 따른 남녀차이는 그대로인 것 같다.” - P. 94.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 1년 넘게 여자로 살아본 한 남자의 ‘여자사람’ 보고서>는 성공한 유명 남성 프로듀서인 작가가 어느날 갑자기 깨달은 남녀의 차이에 대한 고정관념과 이를
체험하고 극복해보고 싶다는 의도에서 시작한 실험에 대한 보고서로, 건장한 남성으로서 1년에 걸쳐 여장을 하고서 겪게 된 다양한 경험과 그로 인한 남성 중심적 사고의 변화들을
상세히, 그리고 솔직담백하게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너무나 깊은 남성우월의 고정관념과 여성들이 받는 여러 가지 차별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 그리고 여성성이 가진 부드러움과 편안함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물론 그냥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는 것이다.
“남녀의 차이와 성차별 논쟁을 학문적 혹은 대중적으로 다루는 책들은 무수히
많다. 그 책들의 대부분은 매우 논리적이고 객관적이다. 나는 그런 작품들에 존경을 표한다. 그러나 1년 넘게 여자로 살아보는 내 체험 프로젝트의 방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나는 남자 입장에서 여자에 대해 말하는 것 대신, 실제로 여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싶어 직접 여자로 살아보기로
했다.” - P. 4.
“여자로 살아보기 체험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남자와 여자에 대해 무척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성별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나는 처음 여자의 눈으로 여자의 삶을 보았고, 여자를 대하는 남자들의 태도를 경험했다. 여자의 눈에 비친 남자들의 태도는 결코 멋지지 않았다. 처음엔 좋은 남자처럼 보였더라도 순식간에 나쁜 남자로 전락할 수 있었다.” - P. 6.
“다시 찾아온 여성성은 격정적 삶의 에너지다. 그 에너지로 나느 거칠 것 없는 열린 사람이 된다. 나는 안전하지도 불안전하지도 않다. 더는 무기력하지 않고 모든 것을 통제하지도 않는다. 나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다. 모든 대립이 사라졌다.” - P. 212.
저자의 담대한 실천 - 1년동안 건장한 남자로서 여장을 하고 살아가는 체험을 한다는 - 이 존경스럽다. 솔직히 실험기간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그를 떠나거나 멀리한 수많은 친구들처럼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더욱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록 내가 여장을 할 수는 없겠지만 여성을 조금이라도 더 배려하고
존중하고, 또 한명의 동일한 사람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내 머릿속 무의식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남성우월의 사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 내 어머니, 내 아내, 내 딸이 모두 여성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는 남성 사람이며, 이들은 여성 사람인 것이다.
“여자로 살기 체험은 은밀한 모험이자 소위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남녀의 엄격한 차이에 맞서는 개인적인
혁명이다. 성역할에 따른 생활양식의 구별에 맞서는 운동이기도 했다. 나의 작은 혁명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나 자신을 겨냥했지만 또한 사회적 환경도 파헤칠
것이다.” - P.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