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해파랑길 - 걷는 자의 행복
이영철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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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걷는다는 것.

한때는 가진 것이 없어서 걸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걷고 또 걷는다.

바쁘디 바쁜 현실에서 벗어나 느림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이 걷기다.

평소에는 스쳐 지나가버렸던 사람과 건물, 자연을 천천히 너그러운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에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위해 걷는 것이다.

최근 걷는 이들을 위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수많은 이름의 걷기 길들이 만들어졌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올레길, 둘레길 등의 유명한 길부터 전혀 알지 못하는 생소한 길까지 각 지역마다 새로운 걷기 길들이 있고, 주말이면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물론 걷는 분들 중에는 안타깝게도 걷는 것조차도 시간에 쫓겨서 바쁘게 달리듯 목적지를 향해 가는 분들도 있다.

 

먼 길을 걷는 사람들은 그 길 위에 오래된 뭔가를 내려두고 새로운 것을 가져가길 소망하는 듯합니다. 저 또한 몸속 노폐물과 마음속 묵은 짐도 함께 그 길에 내려두고 돌아오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으로 채워오진 못했더라도 비워진 그 공간은 행복했던 기억과 함께, 다가오는 삶의 에너지로 다시 채워질 것입니다.” - P. 13.

 

<동해안 해파랑길>30년동안 다니던 직장을 은퇴하고 걷기를 시작한 저자가 직접 걸은 총 770km 동해안 해파랑길 10개구간 50개 코스를 소개하고 있는 책으로,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여 고성 통일전망대까지의 동해한 탐방로를 각 코스별 교통, 숙박, 맛집, 코스 지도와 코스별 포인트, 그리고 각 길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설화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각자의 시간 여건에 맞춰 걷기가 가능한 기간별 단기코스도 소개하고 있어 동해안 해파랑길을 걸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의미의 해파랑길은 65%가 해안과 어촌길이며 나머지 35%는 내륙길이라고 한다.

해파랑길은 아무 길도 없는 것에서 새롭게 길을 만든 것이 아니라 동해안 각 지역에 있던 길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이름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해파랑길은 새로 만든 길은 아니지만 새롭게 태어나는 길입니다. 부산 갈맷길, 울산 솔마루길, 경주 주상절리길, 포항 감사나눔길, 영덕 블루로드, 울진 관동팔경길, 삼척 수로부인길, 강릉 바우길, 고성 갈래길... 원래부터 있어온 동해안의 좋은 길들이 비로소 하나의 길로 이어져 해파랑길이 되었습니다.” - P. 13.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여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걷기를 멈춘 저자는 북한의 경흥군 서수라까지 해파랑길이 연결되어지길 소망한다.

통일전망대에서 북한의 최북단 경흥군 서수라까지의 해파랑길 1,200km, 부산에서부터 2,000km의 거리가 연결되어 직접 걸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현대인들에게 걷기는 부지런해야만 할 수 있는 운동이자 치유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게 하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잊고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걷기일 것이다.

천천히 여유있게 걷는 것.

곧 지금까지의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고 새로운 나를 찾는 과정이리라.

 

정상에 오르는 시간은 길지만 머무르는 건 잠깐이다. 정상에서 기대했던 쾌감이나 성취감보다는 거기에 이를 때까지 그 먼길의 여정이 더 행복하고 소중했음을, 우리는 정상을 내려온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통일전망대는 해파랑길의 정상도, 목적지도 아니다.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그 자체가 목적일 것이다. 내디디는 한 걸음, 들이마시는 공기 한 모금, 눈에 담는 풍경 하나가 주는 행복이 이 길을 걷는 이유다.” - P. 347.

 

나도 걷고 싶고 해파랑길을 걸어보고 싶다.

시간의 쫓김없이 한없는 여유속에서 걷고 싶다.

걷고 걸으면서 자연을 느끼고, 사람을 느끼고, 역사를 느끼고, 나의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

어쩌면 이것은 저자처럼 지금의 짜여진 생활의 틀에서 벗어나야만이 이룰 수 있는 꿈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꿈이라도 꾸고 싶다. 그리고 그때까지 내 몸이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수천 수만리 떨어진 곳과 나를 연결해주는 것, 나와 그 누군가들을 연결해주는 것이 여행이겠다. 물이나 산소처럼 별 의식없이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 또는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주는 것 또한 여행인 것 같다.” - P.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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