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음으로부터 배운 것
데이비드 R. 도우 지음, 이아람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죽음이라고 했다.

죽음 이전과 이후의 모습은 평등하지 않지만,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는 그 순간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말이리라.

그럼에도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한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누린 사람일수록 미련을 더 많이 가지는 듯 싶다.

그래서 어린 시절 봤던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영화에서 나왔던 영생을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기계인간 물론 영생한다고 행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 이 미래에 실제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그 시기가 아주 빠를 수도, 좀 늦을 수도 있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모든 이들은 죽는다.

 

모든 인생사는 다르다. 그러나 모든 죽음은 동일하다. 우리는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 그럼에도 죽음은 홀로 맞이한다.” - P. 7.

 

사람들이 어떤 상황의 죽음을 맞이하느냐에 따라 그 반응하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갑작스런 사고나 병으로 자신을 정리할 시간조차 없이 떠난 이들도 있을 것이고, 미리 자신의 죽음을 알고서 주변을 정리하고 떠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부정하고 분노하고, 또 살아온 날을 후회하면서 남은 삶을 흘려보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담담히 죽음을 인정하고 남은 시간을 보다 감사하며,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삶을 정리하며 보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과연 당신은 죽음이 다가왔음을 알고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사랑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후회다. 어쩌면 사랑보다 후회가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달리 후회는 완전히 극복할 수 없는 법이니까.” - P. 263.

 

<내가 죽음으로부터 배운 것>은 미국에서 사형수를 대변하는, 그래서 항상 죽음을 대면하는 변호사인 저자가 암으로 인해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자신의 곁을 떠나간 장인어른과 동일한 시기에 자신이 변호하다가 사형이 집행된 사형수들을 보면서 느낀 죽음과 사랑같은 마음의 감정들을 차분히 이야기하는 회고록이다.

실제 자신이 겪은 일들의 기록들을 다시 정리한 이 책은, 죽음이라는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함과 동시에 미국이라는 나라와 사형제도에 대해서, 그리고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사람들 사이의 문제 대부분은 서로 동의하지 않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에 근거해서 타인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생겨난다.” - P. 202.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거두어들이는 사형제도. 개인적으로는 반대다.

물론 사형수는 사형당할만큼의 악독한 죄를 저질렀겠지만, 만약 그의 죄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형이 집행되고 이후에 그의 죄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누가 그의 생명을 다시 되돌릴 수가 있겠는가. 이런 사례는 우리 근현대 역사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죽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한 인간들을 겸손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뼈와 살이 흙으로 돌아가서 다시 새로운 생명의 영양분이 된다는 것은 충분히 경이적인 사건이다.

담담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삶에 집착한다고 해서 더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면 보다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 또한 감사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이러한 죽음에 대해 가는 이들과 남은 이들의 마음을 담담히 전해준다.

 

언제 죽을지 아는 것에도 장점이 하나 있다네. 추상적 방식으로 하는, 그러니까 소위 우리는 어차피 유한한 삶을 사는 존재임을 안다는 뜻이 아니라, 삶이 끝나는 날까지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내고 떠날 수 있다는 뜻이네. 이건 자네의 의뢰인이나 나 같은 사람에나 해당되는 경우지만 말이야. 추락하는 비행기의 탑승객은 그들의 삶이 끝날 것임을 잘 알지만,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거나 뭔가 계획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없기 마련이거든.” - P.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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