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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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 대량소비, 무역장벽 철폐, 다국적 기업, 세계화, 패스트푸드 등등등.

세계의 거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거의 모든 정보는 모든 이에게 공개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시간에 쫓겨가며 살고 있고, 이상이나 꿈 대신에 오직 돈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부는 소수의 자본가들에게 집중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루벌어 하루 살기에도 힘들어지고 있다.

또한 거대자본에 의한 대량생산과 전세계적 유통으로 먹을거리는 넘쳐나지만, 긴 유통기한을 위해 엄청난 첨가물들이 들어간 그 먹을거리들이 우리의 몸을 점점 망쳐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왜 문명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음에도 일반인들의 삶은 그대로이거나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무엇인 문제일까?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과연 불평등한 경쟁의 무한확장을 주장하는 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대안은 없는 것일까?

 

비참한 사회 상황을 향한 슬픔과 분노야말로 마르크스가 생애를 걸고 <자본론>을 쓴 동기였을 것이다. 그로부터 150년이 지나 사회는 확실히 편리해지고 물자가 넘치게 되었다. 그래도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강요되는 가혹한 환경은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다.” - P. 43.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일본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가공 밀가루와 첨가물이 아닌 자연생산 밀과 균으로 빵을 구워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빵집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대안을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적용하여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현대의 썩지 않고 부패하지 않는, 그래서 자연의 섭리와는 완전히 반대로 살아가고 있는 경제 체제를 빵의 발효와 부패의 비유를 통해 비판한다. 그러면서 150년 전에 발표되었던 자본론속의 노동력 착취의 내용들이 최첨단 문명의 현대에서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신에 지역화, 지역경제의 되살림만이, 그리고 정당한 분배만이 인간이 소외되는 현재 경제체제를 대신할 수 있으며, 인간들의 몸과 사회를 되살릴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럼으로써 좋은 것은 발효되고, 나쁜 것을 썩어서 다시 거름이 되는 선순환의 경제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빵집 경영의 경험에서 깨달은 내용이기에 경제를 잘 모르는 이들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단어와 설명으로 기술되어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만약 머리로만 배운 것을 적었다면 아마도 어려운 경제 단어들이 많이 나왔을 것이라 본다.

 

“‘썩는다’ ‘부패한다라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따라서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반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절대 부패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늘어나는 것이 돈이다. 돈의 그 같은 부자연스러움이 작아도 진짜인 것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 P. 6.

 

돈은 부패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 안에서 이윤을 낳고 금융을 매개로 하여 신용창조와 이자의 힘으로 점점 불어난다. 형태가 있는 물질은 언젠가 스러져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계의 거스르기 어려운 법칙임에도 불구하고, 돈은 애초에 그 법칙에서 벗어나 한없이 몸집을 불리는 특수한 성질을 가진다. 그런 부자연스러움이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초래한다......” - P. 82.

 

우리는 편리함에 이미 습관들여져 있다.

장소 불문하고 조금의 불편함도 참지 못하고 갑질을 해대곤 한다.

아마도 이런 모습은 거대기업들과 자본가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자신들이 제공하는 편리함에서 사람들이 헤어나오지 못하는 장면들을 보며 무척이나 기뻐할 것이리라. 그래야 계속해서 자신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테니까.

먹고 살기에 바쁜 시절이지만 그래도 이젠 주위를 돌아봐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 몸과 건강, 그리고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제대로 된 먹거리와 제대로 된 경제체제를 선택할 때, 거대자본에 휘들리는 대신에 좀 더 탄탄해진 우리의 몸과 아이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은 이런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돈을 쓰는 방식이야말로 사회를 만든다. 자리가 잡히고 균이 자라면 먹거리는 발효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상인과 장인이 크면 경제도 발효할 것이다. 사람과 균과 작물의 생명이 넉넉하게 자라고 잠재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경제. 그것이 시골빵집이 새롭게 구워낸 자본론이다. 빵을 굽는 우리는 시골 변방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혁명의 태동을 오늘도 느끼는 중이다.” - P.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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