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 <노자도덕경>과 「대학」으로 파보는 남녀의 즐거움 즐겁고 발랄한 동아시아 문명 시리즈 2
이호영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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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반은 남자고 반은 여자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신체적인 차이를 넘어서는, 또한 사회적으로 책임지워진 암묵적 임무를 넘어서는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왠만했으면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고 했겠는가?

또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으면 수많은 부부가 이혼을 선택했겠는가?

갈수록 남녀의 직업이나 업무 등 전통적인 성적 차이가 줄어가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남녀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과연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까?

 

남녀의 체험 차이는 자동적으로 하나의 큰 문제를 만든다. 즉 같은 시간에 같이 나눈 경험을 두고 남자는 외부적이며 도구적으로 알고’, 여자는 내부적이며 본질적으로 체험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같이 하고, 같이 황홀했지만 남자의 황홀과 여자의 황홀이 다르다는 것이다.” - P. 161.

 

<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는 존 그레이의 작품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 동양의 고전인 <노자도덕경>으로 여자의 특성을, <대학>으로 남자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는, 지금가지의 서양의 관점이 아닌 동양의 관점에서 남자와 여자를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고, 각각의 성역할을 부여한 고대와 근대의 권력체제를 부정한다. 특히 남성 우위를 강조하는 유교와 기독교의 체제를 강력히 부정한다.

 

남녀가 샤워를 비롯해 많은 일을 같이 하면 안 된다는 편견은 누가 만들어 주었는가? 여성들이 그토록 거부하려는 남성의 전통인 유학과 개신교 그리고 근대세계가 만든 것이다.” - P. 386.

 

육체적으로 더 활동적이고 외부 지향적이며 시각을 중시하는 남자는 몸을 외부적이고 도구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그래서 몸을 이미 정해진 마음의 틀에 맞추려는 경향이 심하다. 그래서 남자의 몸 사용법은 대체로 마음의 방향을 중심으로 몸을 만들어 내는 몸이 된 마음의 유형으로 드러난다.... 그 반면 여자는 내적인 경험을 중시하여 마음을 채우는 체험으로써 마음이 된 몸에 가까운 형태로 드러난다. 그래서 여자는 거울을 보며 앉아서 쉼없이 뭔가를 바르고 있다.” - P. 176.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탄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동서양 신화와 각 종교의 신들을 모두 등장시키고, 문학과 철학속 이론들을 동원하여 소설식으로 남자와 여자의 탄생을 설명하는데, 그 내용이 다소 파격적이어서 기독교인들이 본다면 고개를 저을 것으로 생각될 정도이다. 어쩌면 저자는 고의적으로 기존의 권력을 쥐고 있는 기독교에 반발하여 그런 설정을 취했을지도 모르겠다.

2장은 부드러움과 어둠의 의미를 중심으로 <노자 도덕경>과 여성에 대해서, 3장은 경쟁과 규칙의 의미를 중심으로 <대학>과 남성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4장은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남녀의 성개념을 현대의 관점에서 남자와 여자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해석을 이야기하며, 남녀의 형식적이고 도식적인 해방의 개념이 아닌 구체제에 의지하지 않는 남녀의 참 해방을 이야기한다.

특히, 저자는 남성의 해방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이 책의 관심은 전통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벗어나는 방법, 즉 진정한 해방에 있다.... 이 책은 우선 남성의 해방을 위해 썼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내부에 머물던 여성이 스스로의 한계를 벗고 외부의 세계를 경략하는 길을 함께 생각한다.” - P. 5~7.

 

“<대학>의 결론도 노자와 마찬가지로 수신’, 이지만 노자와 사뭇 다른 길을 걷는 듯하다. 노자는 몸의 체험을 중심으로 어두운 지식을 구성하는 반면, <대학>은 수신과 치국을 위해 밝은 앎을 구성한다. 즉 노자는 어둠을 더 어둡게 하는 도를 추구한 반면, 대학은 밝은 덕을 더 밝히는 도를 찾는다. 이런 차이로 볼 때 확실히 <대학>은 노자가 제시하는 마음을 채우는 체험으로서의 마음이 된 몸이라기보다는 외부지향적인 몸을 만들어내는 몸이 된 마음의 방향으로 자기를 만들어 간다.” - P. 264.

 

현대는 여성이 남성 우위의 시대이다.

더 이상 여성해방을 외치지 않아도 많은 영역에서 이미 여성이 남성 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진정으로 여성해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과거의 체제에 기대지 않고 여성들 스스로가 강해지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남성은 여성의 섬세한 내면의 친밀함을 길러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 누가 우위에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말과 이해만을 강조하기 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서로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녀에 대해 말하려는 이 책의 주제는 결국 서로에 대한 이해이자 이다.” - P. 19.

 

갈등은 고유의 대화방법이 있기에 이성으로도 감성으로도 극복할 수 없다. 갈등을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으로는 갈등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인 ‘1인칭 시각을 버리고 과감하게 ‘3인칭 시점을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따지고 보면 사랑도 1인칭, 갈등도 1인칭이기 때문이다.” - P.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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