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 -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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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전체가 분노에 휩싸여 있다.
당연히 되어야 할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세월호 침몰로 인해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생명을 잃었기 때문이다.
특히 모두 살릴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초기대응을 하지 못해 귀한 생명들이 떠나갔기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돈만 벌고자 한 기업주와 이들과 유착하여 잇속을 챙기고 있었던 기관들이 침몰사고의 원인이었다는 것과 사고 후 무능하고 의문스러운 해경과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등에 책임을 묻는, 진실을 밝혀주기를 원하는 유족들과 국민들의 외침을 무시하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물론 일부의 기득권을 가진 이들은 막말과 색깔을 입힐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분노는 제도를 등진 사람보다 제도를 따르는 사람에게서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사회에서 제시하는 삶의 과정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분노를 낳는다.... 그 이유는 이미 우리의 제도 자체가 왜곡되어 있고, 비합리적이며, 기형적이기 때문이다.” - P. 109~110.
 
<분노사회>는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으로, 1장에서는 분노에 대한 철학적 개념 개념 정의를, 2장에서는 분노로 가득찬 사회로서 한국사회를 역사적 사회적으로 진단하고, 3장에서는 분노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가져야 할 존재의 기술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분노라는 감정은 과거의 사람들처럼 자신의 신체 파괴의 위협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어떤 정신적 관념에 사로 잡혀 있을 때 일어나는 것으로, 개개인이 가지고 있거나 믿고 있는 관념과 현실이 불일치할 때 분노를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 관념이 없으면 분노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점점 더 분노로 채워져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노를 일으키는 사회적 관념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분노는 우리 신체에 가해진 반응으로서의 감정이 아니라, 어떤 관념에 사로 잡혀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관념이 없다면 분노는 없다. 분노는 인간이 언제나 관념을 향해있고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가 되는 감정이다. 만약 한 사회가 분노로 넘쳐나고 있으며, 그 분노가 만성화되어 있고, 심심치 않게 분노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면, 문제는 그 사회의 관념에서 찾아야 한다.” - P. 14.
 
또한 저자는 분노의 원인을 개개인의 자기 정체성 부재에서 찾는다.
자신에 대한, 자신의 삶에 대한 명확한 확신이 없을 때 집단이나 이데올로기, 종교 등에 몰입하게 되고, 집단의 관념이 자신의 것인양 믿고 다른 관념을 보이는 이들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넷우익과 우리나라의 일베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자기 정체성 부재의 문제를 획일적 사회제도와 입시만을 중요시하는 교육제도의 문제에 의한 것임을 설명한다.
 
분노의 문제는 내가 나를 어떻게 장악하고 다스릴 것인가,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내 삶의 의미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나와 어긋나는 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나의 자리를 만들고 나의 세계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것이 되었다. 우리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 하루하루 이어지는 생활 속에서 중심을 잃을 때, 내 삶을 나만의 이야기로 써나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할 때 삶은 분노가 된다.” - P. 30.
 
저자는 분노사회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개개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삶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개개인들이 올바른 관념을 가지고 자신을 성찰하면서 사회에 동참할 때 비로소 사회 또한 정상적인 변화를 하고 계속 유지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분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자기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합리적인 개인없이 합리적인 사회는 불가능하다.... 그러한 의식이 개개인으로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이 사회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 P. 44~45.
 
현실 제도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변화한다. 개인들의 삶과 의식이 달라지면, 현실과 제도 역시 달라진다.” - P. 127.
 
정당한 관념을 보유하고 자기 삶에서부터 사회에 대한 판단까지 일관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개인들이 구성원인 사회는 누구도 쉽게 무너뜨리지 못한다. 그러나 개인들이 자기 자신에게는 유연하면서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자 할 때, 즉 자기의 이기심과 탐욕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타인에게는 책임을 강요하려고 할 때, 그러한 개인들이 사회를 차지하고 있을 때는 사회 모든 곳이 삐걱거리게 된다.” - P. 187.
 
국가적 재난 앞에서 우리는 모두 안타까움과 분노, 그리고 미안함과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점점 잊혀져가면 어쩌면 미래에 또 다시 이번과 같은 대형사고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은 개개인의 생각과 삶의 방법이 바뀌어갈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공정한 사회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삶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변화는 개개인의 의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모든 담론은 허구가 된다. 내가 바뀐다고 해서 곧바로 사회가 바뀔 리는 없다. 그러나 내가 바뀌지 않는 한 사회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 P. 48.
 
어떻게 살 것인가? 나에게 달려있는, 오직 나만의 문제인 것 같은, 내게만 가장 절실해 보이는 바로 이 질문에 내 삶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존망 역시 달려 있다. 중요한 건 내부와 외부, 주관과 객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구분을 뛰어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초월 속에서 진정한 삶이 실현된다.” - P.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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