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경제학 - 왜 부족할수록 마음은 더 끌리는가?
센딜 멀레이너선 & 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가진 자는 더 풍족해지고 가지지 못한 자는 그나마 가진 것마저 모두 잃어가는 상황이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가끔이라도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었지만, 현재는 개천에서 미꾸라지 한 마리 나오기도 힘든 현실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갈수록 강화되어 가는 것일까?
부자는 갈수록 더 많은 돈을 모으고, 빈자는 하루하루 살기에도 힘들어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런 생활은 그들의 자녀들과 후손들에게도 반복되어지는 것일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가난한 사람들은 왜 그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결핍은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놓는다. 사람들로 하여금 당연하지 않은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 결핍은 편익을 생성한다. 그래서 결핍의 순간에 사람들은 좀 더 생산적이 된다. 그러나 결핍은 비용을 요구한다. 터널 시야와 같은 편협한 관점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실제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까지도 무시하고 지워버린다.” - P. 78.
 
결핍은 빈자를 현재에 꽁꽁 묶어둔다. 그래서 미리 보기를 통해서 미래가 어떨지 슬쩍 한 번 바라보는 행위의 편익을 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결핍은 사람들이 근시안에 빠지게 만드는 여러 행동들을 유발한다.” - P. 226.
 
<결핍의 경제학>은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행동경제학적 설계를 하는 비영리조직인 아이디어42’의 공동 설립자이자 각각 경제학자와 심리학자로서 행동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두 저자가 사회의 여러 결핍문제 - 특히 그중에서도 빈곤에 중점을 둔 - 가 결코 빈곤한 사람들의 선천적이거나 게으르고 무계획적인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결핍에 의한 심리적인,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임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행동경제학에서의 결핍학이라는 분야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여기서 결핍이란 어떤 것이든 간에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적게 가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히 경제적 결핍은 다른 모든 결핍의 강력한 근거가 된다고 말한다.
 
결핍은 우리의 정신을 사로잡는다. 배고픈 사람들이 오로지 음식만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는 어떤 종류의 결핍을 경험하든 간에 그때마다 그 결핍에 매몰되고 만다. 아울러 정신은 충족되지 않은 필요성을 자동적으로 또 강력하게 지향한다.... 결핍은 어떤 것을 매우 적게 소유할 때의 불쾌함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초래한다. 결핍은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꾸어놓는다. 결핍은 사람의 정신에 스스로를 무겁게 짐 지운다.” - P. 19~20.
 
돈이 적다는 것은 시간이 적게 주어진다는 뜻이다. 또한 사회적인 관계를 맺기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건강에 나쁜 저질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빈곤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지탱하는 필수적인 요소들에서 결핍을 경험하게 한다.” - P. 278.
 
결핍은 터널링현상을 일으켜 현재의 급한 결핍의 문제에만 집중하게 한다. 이는 문제 해결에 온 정신을 모아 해결하도록 하는 장점인 동시에 다른 문제들과 보다 넓고 긴 안목에서의 해결책을 보지 못하게 하는 단점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돈 뿐만 아니라 시간이나 물건 같은 유무형의 어떤 것이든지, 그것에 대한 결핍은 결핍된 것의 해결에만 집중하게 하게 함으로써 이후의 다른 문제들까지도 결핍에 빠지게 되고, 결국 헤어나오지 못하는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결핍의 문제, 특히 경제적인 결핍의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결핍의 대한 심리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법을 통해 결핍자들에게 심리적 여유(느슨함)을 가질 수 있게 하면서 극복해가야만 한다는 것을 여러 가지 연구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또한 결핍은 풍족한 시절의 잘못된 사용에 의한 것이기에 풍족한 시기에 자신들이 가진 것의 보다 철저한 관리를 강조한다. 물론 국가에서 그렇게 하도록 이끌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집중은 긍정적이다. 결핍은 우리로 하여금 현재 가장 중요하게 보이는 어떤 것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터널링은 그렇지 않다. 결핍은 사람들로 하여금 터널링을 유도해서 어쩌면 좀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다른 것들을 무시하게 만든다.” - P. 62.
 
어쨌든 사람들이 선택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이든, 교육이 실행되는 방식이든, 제시되는 인센티브이든, 혹은 실패를 처리하는 방식이든 간에, 결핍의 심리를 온전하게 이해하면 여러 사회 프로그램들의 설계 방식을 획기적으로 확실하게 바꿀 수 있다.” - P. 400~401.
 
결핍의 근원을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풍족함에 다다른다.... 중요한 많은 문제들에서 결핍이 주인공의 역할을 하지만 사실 결핍이 놀 수 있도록 이 무대를 마련한 것은 풍족함이다.” - P. 423.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는 말이 있다.
결핍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눈앞에 닥친 문제만을 볼 수 있을 뿐이기에, 주변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 정부에서 터널안에서 볼 수 없던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도와주어야만 그들이 결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계획하고 실행한 결핍 해결방안들이 결핍자들과 같이 터널안에서 순간적인 경제적 결핍을 해결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가난이 반복되어져 왔던 것이 아닐까 싶다.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이제는 국가에서 결핍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의 접근법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가 국민들을 보호하고 안내해줌으로써 결핍한 이들이 보다 넓고 길게 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때 가난은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현 대한민국 정부와 관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 정부가 국민들의 결핍 문제를 얼마나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투여되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이 어떻게 투여되는가 하는 점이다.” - P.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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