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자 밟기 - 강남 엄마는 절대 모르는 전교 200등 서울대 가기
한일수 지음 / 유리창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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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살고있는, 불혹을 넘긴 세대인 나에게 아버지는 어떤 의미일까?

옛날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같다라고 했었다.

그 말은 절대적인 권력과 권위를 가진 임금과 같이 한 집안에서 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임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아버지의 말은 곧 법이라는 의미.

또한 감히 임금이나 스승의 그림자를 밟아서는 안되는 것처럼 아버지는 그림자조차 밟아서는 안되는 존재였다.

물론 나의 아버지가 그런 절대적 권력과 권위를 가진 존재였다는 말은 아니다.

 

나의 아버지는 어떻게 보면 21세기의 아버지와 비슷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셔서 항상 귀가가 늦으셨던 어머니를 대신해 일을 마치고 집에 오셔서 항상 집안 살림을 도와주셨고, 우리에게도 어머니를 도와줄 것을 말씀하시는 아버지셨다.

40년을 넘는 시간동안 한번도 두분이 큰 소리로 싸우시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와 내 동생이 잘못할 때도 큰소리로 화를 내신 적은 없었다.

아마도 내 기억에 회초리를 맞아본 것이 딱 한번 있었던 것 같다.

시골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학교를 가지 않고 냇가에서 놀다가 가방을 물에 빠뜨려 책이 다 젖었을 때 매를 맞았던 것 같다.

 

대화는 샘물과 같다. 자주 퍼내야 그만큼 고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할 이야기가 오히려 없는 것처럼, 아이랑 수다 떨기도 해봐야 된다.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십분 이상 이야기를 나눌 자신이 없는 아버지는 생각을 바꾸셔야 마땅하다.” - P. 87.

<아버지 그림자 밟기>는 나보다 조금 앞선 세대인 저자의 자기 고백서 성격의 글이다.

엄하셨던, 그래서 너무나 어렵게만 느꼈던 자신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반복하여 아이들에게 아버지를 두려워하게 하였던 과거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솔직히 고백하고 있는 자기 반성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과 치유의 글이다.

강남 엄마는 절대 모르는 전교 200등 서울대 가기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총 522장과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형식의 15개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부제와는 달리 서울대를 가기 위한 특별한 공부법에 대한 내용은 없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로 하여금 보다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공부에 임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서와 체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특히 마지막 5부에서는 30년 가까이 한의사로 임상치료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자주 걸리는 공부를 방해하는 질병들의 치료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나는 몹시 부끄러웠고, 이런 내용을 과연 공개해도 좋은 건지 한동안 망설이기도 했다. 고민 끝에 나는 드러내기로 했다. 글을 쓰면서 내내 가슴이 아팠다. 그 아픔은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했고, 내가 마주 봐야만 하는 벌거벗은 내 모습이기도 했다.” - P. 5.

 

나는 아이를 가르치고 살린 게 아니라 그 반대였다. 아버지가 아니라 그저 무서운 에비였다.” - P. 14.

 

이 책속의 저자의 경험은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두 아이를 둔 나에게도 많은 공감과 생각을 하게 했다. 과연 지금까지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던 모습이 맞는 것일까? 하는 고민.

삶에 정답을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교육에도 정답은 없을 것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가정환경 등에 따라 그 방법을 달라질 것이다.

다만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고 지켜봐주는 것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기다리며 들어주는 것보다는 사사건건 참견하며 큰소리가 먼저 나가는 것이 현실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통할 것이다. 진정으로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의 진심은.

 

나는 다른 의미에서 아버지의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장된무관심이 필요하다....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알려주되, 그전까지는 서툴고 힘들어도 아이가 직접 해보면서 느끼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내버려두되 지켜보는양육법이라고 생각한다.” - P. 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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