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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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를 살아오면서 소설 삼국지를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엔 짧게 요약되어 있는 삼국지를, 성인이 되어서는 완판본을 읽었다.

삼국지를 읽는 나이에 따라 관점이 조금씩 바뀌어온 것 같다.

처음엔 도원결의 삼형제, 제갈공명, 조자룡 등 모두 촉한의 인물들었다.

그러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사회의 위치가 있는 기성세대의 나이가 되니 새삼 조조가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어쩌면 그만큼 현실적인 판단이 중요해진 것이리라 생각된다.

 

“<삼국지연의>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주관적 사실을 중시하고 있다. 주관적 사실이란 중화주의에 이로운 창조 작업을 의미한다.... <삼국지연의>의 내면에는 중화주의로 표방되는 이민족 역사에 대한 불신과 편리한 예단주의, 그리고 대국적 기질의 고취를 통한 중화민족의 세계적 통일이 숨쉬고 있다.... 그러하기에 칠실삼허라 할 수 있는 연의를 제대로 알고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 P. 364.

 



<삼국지기행 1 증보판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는 저자가 삼국지 기행을 시작한지 20, 초판이 나온지 13년만에 나온 증보판이다.

초판은 2007년 인천일보에 13개월간 연재된 글을 모아서 나온 책이다.

저자는 소설 삼국지의 순서를 따라가면서 역사적 장소들을 설명하고 사진으로 보여준다.

물론 과거 1,800년 전의 모습은 없다. 다만 작으나마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자료와 현재의 사진을 통해 과거를 추측하게 해준다.

또한 저자는 소설 삼국지연의와 실제 역사와의 차이를 계속해서 설명해준다.

아마도 소설은 소설일 뿐인데, 이를 진짜 역사로 믿고 있는 중국인들과 이를 이용하는 권력자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닌가 싶다.

 

“<삼국지연의>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국과 중국인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무엇보다 값진 교과서다. 소설로서의 재미를 통해 난세를 살아가는 지혜를 읽히는 것도 필요하지만, 소설의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과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삼국지연의>를 흥미진진한 소설로서가 아닌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는 지침서로서 다시 새롭게 읽어야만 할 때다.” - P. 21~22.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역사를 있는 그대로 가르치고 배우지 못하는 민족 또한 제대로 된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바로 모든 세상의 중심이 자신들이고 모든 것은 자신들로부터 나왔다고 믿고 주장하는 지금의 중국처럼. 또한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처럼.

현재와 같이 중화주의에 빠져있는 중국이라면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을거 같다.

잘못된 역사는 역사대로 가르치고 거기서 교훈을 배우는 민족이 자신들을 위해서도, 인류를 위해서도 좋은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역사는 전설을 몰고 다니고, 전설은 때때로 역사를 추월한다. 그리고 신화와 조우한다. 신화는 역사를 부풀리고 인간은 그 역사를 스스로 맹신한다. 그래서 오늘도 위대한역사 만들기에 골몰한다. 역사가 항상 다시 쓰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P. 445.

 



삼국지연의는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만든 창작물일 뿐이다. 진짜 역사는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여행하면서 보여주는 중국은 소설이 진짜 역사가 되어 있는 듯하다.

동북공정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밀어붙이고 있는 중국 권력자들의 자세를 볼 때, 우리나라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역사도 모두 빼앗기지 않을가 싶다.

솔직히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의 권력자들이나 관료들을 볼 때 제대로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모든 대응은 남한과 북한이 함께 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긴 시간 중국 전체를 돌며 삼국지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고 설명해준 저자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역사는 사실을 말하고 싶지만 우리가 읽고 아는 역사는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던 역사는 사실이 아닌 것이 되었고, 사실이 아니던 역사가 사실이 되었다. 중국은 지금도 이러한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고, 우리는 아직도 사대주의에 엎드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가가 지켜야할 대상은 영토와 국민만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를 올곧게 지켜낼 때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 P. 409.

 

 

* 책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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