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루시 폴록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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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삶의 마지막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여름의 뜨거운 삶도 좋지만 겨울의 따뜻한 삶이 나는 더 좋다.

여름을 화려하게 살다 간 베짱이를 모두가 부러워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겨울을 부족함없이 여유있게 살다 가는 개미를 더 좋아한다.

나는 한 낮에 쏟아 붓던 비가 개이고 난 뒤, 노을이 붉게 물든 저녁 하늘같은 삶을 희망한다.

사계절이 모두 좋았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계절 내내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은 삶의 사계절 안에서 힘든 시간도 겪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도 겪을 것이다.

이런 힘듬과 행복의 연속에서 내가 떠나가는 마지막 순간만은 환했으면 하는 것이다.

 

영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건강상의 불편이 없는 기대수명이 증가하긴 했지만 전체 기대수명만큼 증가하지는 않았다. 그 결과 우리가 불편함을 안고 사는 기간은 더 길어졌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든 많은 사람에게 노년의 삶이 더 어려워진 것처럼 보일 것이다. 우리를 죽이는 질환에서 도망친다는 것은 삶을 힘겹게 만드는 것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 P. 16~17.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공부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30년간 노인의학 전문의로 일하면서 사람들이 더 늦기 전에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전하기 위해 저자가 자신이 담당했던 수많은 나이든 사람들, 이젠 거의 대부분이 저자와 가족의 곁을 떠났을 사람들의 예를 들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각 나라마다 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은 다르겠지만, 점점 늘어나는 노인 인구와 이들을 돌봐야 하지만 너무나 먹고 살기에 바쁜 가족들, 그리고 가족들을 대신해 노인들을 볼봐줘야 할 의료인들과 기관들의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저자는 이들 모두가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솔직해져야 하며, 이를 대화로 풀어가야 함을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특히 노인들이 보다 인간다운 삶과 죽음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말한다.

삶의 절반 이상을 살고 이젠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아진 50세부터는 가족들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질병과 치매, 연명치료 결정, 사전돌봄계획과 응급치료(소생술), 장기기증 등에 대한 보다 깊이있고 상세한 대화가 있어야 함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쉽게 읽고 지나가버릴 내용은 아니다.

 

이 책은 내 환자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고령인 사람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운이 좋다면 노인이 될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섬세한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 그렇게 얻은 대답으로 무엇을 할지, 상황이 어려워지면 무엇을 할지를 노련하고 친절한 동료한테서, 가족한테서, 아주 특별한 환자한테서 내가 배운 것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어떻게 나이를 먹는지 내가 배운 것을 설명한다.” - P. 21.

 

세계는 점점 더 평균 수명이 늘어가고 있고, 평균 연령도 올라가고 있다.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모든 이들이 희망하는 것이겠지만, 과연 늘어난 수명만큼 건강한 삶을 살다가 죽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수명이 늘어나는만큼 질병도 늘어날 것이고, 아픈 곳도 늘어날 것이고, 먹는 약도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상태에서 점점 죽어갈 것이다.

과연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이며, 인간다운 죽음일까?

기계의 도움을 받아 심장만 뛰게 하다가 죽어가는 것이 행복한 죽음일까?

미안한 얘기이지만 수년간 기계의 도움으로 심장박동을 유지하다 죽어간 대기업 회장이 과연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50을 넘은 지금, 이젠 스스로 고민해보고 가족들과 대화를 통해 조금씩 죽음을 준비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 든 사람, 특히 노쇠하고 몇 가지 질환이 있으며 살날이 그리 길지 않아 보이는 사람한테 어떤 약이 효과가 있고 그렇지 않은지를 우리는 전부 알지 못한다. 의사는 여기에 관해 솔직해져야 한다. 어떤 질환에 걸릴 위험을 낮추어도 삶을 연장하기는커녕 그저 사망 원인을 다른 것으로 교환하게 될 뿐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솔직해져야 하며 많은 약이 어쩌면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솔직해져야 한다. 나아가 환자와 그 가족은 약을 어떻게 느끼는가에 관해서도 솔직해야 한다. 또 약을 먹는 목적을 우리는 다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 환자 중 다수는 이미 오래 산 삶을 더 연장하기보다는 삶의 질을 개선하고 유지하길 바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P.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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