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 우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경제학에 관한 진실
조너선 앨드리드 지음, 강주헌 옮김, 우석훈 해제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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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던이 했던 말이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

이 말은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우리에게 적용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삶이 경제라는 틀을 벗어나서 살 수는 없기에 경제의 좋고 나쁨에 따라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무조건 경제가 좋은 것도 그렇다고 계속 나쁜 것도 나름의 문제가 있기에, 적정한 선에서 꾸준히 상승하는 것을 국가나 정부의 관료들은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각국 정부나 관료들의 생각과 정책방향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각각의 나라에서 나름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경제학자들이라고 본다.

다만 1970년대부터 무한경쟁의 자유시장체제와 정부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하며 세계 경제학계를 쥐고 흔들고 있는 신자유주의경제를 옹호하는 이들이 거의 모든 나라의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들은 복지보다는 시작점의 차이를 무시한 자유경쟁을, 국가의 재정이 지원되는 공공사업보다는 수익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의료를 포함한 모든 영역의 민영화를 주장한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주장을 가장 열렬히 받아들였던 미국과 영국은 엄청난 빈부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낡은 정통 이론을 뒤엎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불확실성에 직면할 때 우리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질적인 거부감과 불확실성을 계량화하겠다는 집요한 고집이다.... 불확실성을 하나의 숫자, 즉 확률로 환원할 수 있다는 이론은 단순한 방법으로 안전과 안정을 찾으려하는 우리 욕망에 부합한다. 하나의 숫자로 표현된 불확실성은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우리가 용인할 수 있는 위험의 수준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 P. 344~345.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시작되어 1970년대에 거시경제의 관점에서 국가개입을 강조하는 케인즈학파를 밀어내고 본격적으로 전세계의 경제학계의 권력을 잡고, 지금까지 자유시장과 정부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하고 각국 정부 정책에 강한 입김을 불어넣음으로써 신자유주의경제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시카고학파와 그들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비판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시작과 발전, 부의 최대화를 주장하는 그들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가야 할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다만 쉽지는 않다.

특히 다양한 조건들이 필요한 인간의 도덕과 윤리적인 측면이 제외된 오직 수학적 계산과 숫자만을 중시하는,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첨단과학을 연구하는 객관적인 과학자로 생각하는,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을 어리석은 존재로 생각하는 경제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제학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암묵적이고 간접적으로 가치 판단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현대 경제학은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의제를 감춘 채 여전히 객관적인 과학인 척한다. 그 결과 21세기의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학은 모든 것을 포괄하지만 단순하지도 않고 명확하지도 않다.” - P. 33.

 

경제 제국주의자들은 우리에게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생명의 단일한 금전적 가치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삶은 전혀 일관되지 않다. 현실 세계의 삶은 호모 에코노미쿠스로서의 삶이 아니다. 현실 세계의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다.” - P. 253.

 

우리와 경제학의 관계는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이다. 또한 경제학과 우리는 무척 불평등한 관계이기도 하다. 많은 경제학자가 자신을 국외자, 사회의 과학적 관찰자라 생각하며, 마치 확대경을 통해 으깨진 딱정벌레를 오만하고 무관심한 눈빛으로 뜯어보던 찰스 다윈처럼 평범한 일반인을 얕보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일반인을 바보로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경제학자도 적지 않다.” - P. 416.

 

최근 코로나 19가 전세계로 확대되면서 신자유주의경제의 주장에 따라 공공의료를 포기하고 의료민영화를 진행했던 선진국들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리는 매일매일 기사와 뉴스를 통해 보고 듣고 있다.

도리어 효율성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공공의료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경제수준은 조금 낮더라도 공공의료가 유지되고 있는 국가들은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무한경쟁을 외치는 신자유주의경제체제의 도입으로 각국의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졌음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가장 살고 싶어하는, 노후가 보장되는 북유럽의 국가들은 거의 사회주의 수준으로 세금을 거둬서 복지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경제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은 정부 관료들이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이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들일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행동이 잘못된 경제정책의 시행을 막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든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나 국민들 수준만큼의 지도자를 선택할테니까 말이다.

 

경제학 이론은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문제가 제기되는 범위를 크게 제한한다. 현대 경제학을 우리의 방향타로 삼으면, 다른 문제를 볼 수 없다. 우리 사회를 바꾸려면, 간단히 말해서 변화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려면, 우리 사고방식이 얼마나 억눌려 있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현재의 통설에 대한 대안을 거부하거나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P. 41~42.

 

우리도 돈을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삼는 천박한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문화된 경제학은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 의무를 깊이 생각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P. 360.

 

경제학과 일반 대중의 관계가 더 동등해지려면, 경제학이 더 완전하고 현실적인 모습의 인간을 받아들여야 한다. 달리 말하면, 낡은 사무용 컴퓨터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인정도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와 경제학(경제학자)의 관계를 초기 상태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 P.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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