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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문화사 -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짧고 유쾌한 역사
아리 투루넨.마르쿠스 파르타넨 지음, 이지윤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배우고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수십년전,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백의민족,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물론 이런 교육이 어떤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는 따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랑스러움만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것 같다.
목숨을 바쳐 일제에게서 나라를 되찾고, 시민의 힘으로 독재를 무너트리고, 비폭력 촛불로 최고 권력자를 물러나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은 예의를 중시하고 예의가 바른 나라임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예의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예의를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상대방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과 존중이 들어가 있는 말과 행동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상대방에게 마음이 없는 형식적인 예의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지 의문이다.
나이를 앞세우고, 지위를 앞세워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예의. 과연 옳은 것일까?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꼰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매너의 문화사 –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짧고 유쾌한 역사>는 현직 작가와 방송 PD인 저자들이 현대인들이 무의식적으로 지키려고 애쓰는 매너라는 것들이 과거에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책으로, 매너라는 겉포장 뒤에 숨겨져 있는 적나라한 진짜 모습을 이야기해준다.
저자들은 매너라는 것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과정의 설명을 통해 그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님을, 그것이 권력자들이 일반 국민들과의 차별화와 권위의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강조한다.
다만 유럽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내용이기에 유럽인의 관점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만 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것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 가는 매너에 대해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문명과 야만의 기준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너로 불리는 행위가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평가받을 일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보일 것입니다. 오늘날 예의 바르다고 평가받을 많은 풍습의 이면에는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한, 때론 비양심적이라고까지 할 만한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지요.” - P. 4.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유럽인들의 행동 방식이 바뀌게 된 동기 중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면에 초점을 맞추려는 시도를 해보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변화가 무조건 좋은 결과를 보장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했다. 예법서가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 책은 왜 그렇게 행동해야 했는지를 설명하려 애썼다.” - P. 252.
매너, 애티켓, 예절의 가장 근본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보다 어리고, 낮은 지위라 할지라도, 나보다 경제적으로 못하다 할지라도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예의바른 말과 행동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리 앞에서 좋은 말을 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 – 특히 정치인, 연예인 - 도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과 행동에서 자신의 유치함과 무례함을, 비인간적인 속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대와 같은 SNS나 방송이 활용되는 시대에서는 보여지는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숨겨진 내면을 볼 수 있는 지혜가 더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에게 ‘본래의 특성’이란 없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지향하는 곳을 향하여 나아간다. 우리의 행동도 본질에서는 사회적 기준을 이행하려는 노력의 일부다. 하지만 최고의 예절은 언제나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법이다. 본질은 다른 사람을 제대로 배려하려는 마음에 있다.” - P. 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