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없는 세계 - 21세기 지정학으로 본 화폐경제
이하경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20세기는 미국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영국의 파운드화를 밀어내고 미국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었고,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소련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진영의 가장 큰 보호막이 되었었다.

물론 이 모든 역할에는 미국의 이익이 가장 우선시 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시에는 경제적 이익만큼 군사, 정치적 이익도 고려해 왔었다.

하지만 공산주의가 완전히 무너진 21세기에 들어와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만을 가장 우선시하는 상황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음을 우리는 매일매일 뉴스를 통해 느끼고 있다.

중국이라는 소련을 대신하는 경쟁국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을 위협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다.

미국이 자의든 타의든 경제판을 흔드는 사이 전세계 모든 나라는 경제침체에 시달리고 있고, 경제가 불확실하게 된 만큼 세계통화이자 가장 안전한 투자 대상인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은 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시장은 온갖 욕망과 흥분, 두려움이 모여서 폭발하는 곳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자면 금융시장의 안정이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 모순적인 표현이다. 투자는 근본적으로 감정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과 도전을 평가하고 돈이 이동하는 것이 바로 시장의 근본 메커니즘이다. 새로운 사업과 도전을 평가하는 것이 냉철한 이성만으로 이루어져왔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도전은 많은 경우 인간적 요소, 즉 감정을 기반으로 해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가할 때도 그 감정을 이해해야만 한다.” - P. 170.

 

<달러 없는 세계 21세기 지정학으로 본 화폐 경제>는 오랜 시간 금융계에서 일해온 저자의 오랜 경험이 녹아져 있는 책으로,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세계사의 여러 사건들을 통해 달러가 어떻게 현재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으며, 향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또한 투자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로서는 초강대국인 미국과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나라나 화폐가 나올 수 없기에 전세계는 미국의 의도를 알면서도 따라갈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전문적인 용어들과 자료들이 많이 나오는 관계로 이해하기가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천천히 끝까지 읽다보면 20세기와 21세기 세계 경제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투자가 투기와 다른 점이 불확실성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이해하여 위험을 제한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확실성의 범위를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의 범위를 아는 것이다. 복선과 암시가 없는 상태에서 배우의 행동이 급변할 경우 그 스토리는 개연성을 잃고, 설득력을 잃게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돈은 역사의 흐름을 좇아 움직인다. 투자자는 그 흐름, 즉 스토리를 알아야 다음 장면을 쉽게 좇아갈 수 있다.” - P. 11.

 

미국의 다른 나라들에 대한 반강요적인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방위비의 급격한 상승이나 농수산물 개방 등 여러 가지 악재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져간다는 것은 투자를 꺼린다는 것이고, 이는 세계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힘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향후 우리 국민들의 고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국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일이라 생각한다.

천연자원뿐만 아니라 인구도 적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서 내수만으로도 유지되는 경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우리의 의지보다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의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재건된 브레튼우즈 시스템이라는 영화의 감독은 미국이고 주연배우는 중국, 비중있는 조연들은 동아시아의 수출국들이었다.... 신인이었던 중국이 일약 주연으로 캐스팅될 수 있었던 이유는 풍부한 저임금 노동자를 보유했다는 요인 외에도 한가지가 더 있다. 바로 연기 재능 즉 광대한 소비시장 이라는 잠재력이었다.” - P. 3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